마음의 상처, 트라우마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4월입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 국내에 ‘트라우마’(trauma)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트라우마(외상, 外傷)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에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를 말합니다. 트라우마는 세상이 본질적으로 정의롭다는 믿음이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착한 사람들에게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무너뜨리곤 합니다. 트라우마를 겪은 후에는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되어 논리적이거나 이성적 판단, 생각이 정지되기도 하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 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트라우마적인 사건이라고 하는 것도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하고도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극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는지 객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인의 ‘통제력 상실감, 배신감, 무력감, 삶에 대한 희망의 상실, 극한의 공포나 두려움’ 등과 같은 경험을 할 때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겪은 이후에는 과거의 충격적인 경험을 재경험하거나, 극도로 예민해지기도 하고, 감정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처음에는 회피하는 것이 매우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감정 회피를 하게 되면 스트레스가 길어지고,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되지 않은 채로 남겨진 트라우마는 인간관계를 해칠 수 있고, 개인과 사회 활동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심각한 트라우마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자가 치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너무 고통스러울 때는 누군가에게 기대어도 좋습니다. 그건 나약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분이 주님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래도 충격적인 사건과 관련한 불안감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럴수록 영성적인 삶과 실천에 좀 더 관심을 가지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간혹 코로나19와 같이 큰 재난이나 사건이 일어나면 ‘신의 분노’를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연구 결과를 보면, 큰 재난을 겪은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신의 분노나 벌’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주님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졌고, 주님의 은총에 감사했다고 합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신앙이 좌우될 것이 아니라, 신앙적인 믿음으로 트라우마가 극복되면 좋겠습니다.
고통받았던 사람들도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와 고난 속에서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희망을 잃는 대신, 주님을 믿고 의지하며, 도움을 꼭 요청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주님과 ‘주고-받음’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마음의 상처가 있는 분들은 주님이 끊임없이 나눠 주시는 은총의 선물을 오늘은 꼭 받아 가시기를 바라봅니다.
글 | 황미구 비아(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