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르니 세상에 화를 내지
저는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주일 오후 1시부터 ‘감정식당’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감정식당은 희로애락, 즉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거운 우리의 모든 감정을 재료로 맛있는 감정요리를 만들어내는 맛집입니다. 감정식당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감정은 정체를 모를 때는 난폭한 주인이 되지만, 정체를 알고 나면 얌전한 종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얼굴이 예쁜 걸 빼면 자신보다 아무것도 나을 것이 없는 언니가 돈도 잘 벌고 사랑꾼인 형부를 만난 것이 너무 속상하다.’는 자매님의 감정을 요리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은 언니보다 공부도 잘했고 모범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해 고시에 떨어져 실의에 빠져 있던 답답한 남자와 결혼해 어렵게 살고 있는데, 놀기 좋아하고 꾸미기에만 관심있던 언니는 멋진 남자의 구애를 받아 결혼하여 걱정 없이 사는 것이 너무 속상하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잠을 설치곤 한다는 사연이었습니다.
감정식당에서 내린 처방은 ‘지금은 열등감, 옛날엔 우월감’이었습니다. 지금은 돈과 사회적 지위라는 기준으로 언니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고, 예전에는 공부와 성실이라는 기준으로 우월감을 느꼈다는 거지요. 그러면서 황금레시피로 ‘알 수 없는 인생’을 알려주었습니다. 인생을 소박하고 성실하게 사는 지금 나의 삶을 기준으로 하면 내가 언니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과거 자기 개성을 살리면서 즐겁게 사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언니가 나보다 나은 삶을 산 것입니다. 그렇게 상황과 조건의 기준을 다양하게 보면 내가 언니보다 나을 것도 없고 못 할 것도 없는 존재이고, 서로 다르게 살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 나를 모르고 언니에게 화를 내고, 세상을 향해 이런 불공평한 경우가 어디 있냐고 화를 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나를 안다는 것은 내 안의 감정을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감정을 안다는 것은 내가 가진 기준을 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 기준을 알고 내 감정을 알게 되면 화낼 일이 줄어들고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집니다. 얼마 전, 더 많은 분이 감정의 주인이 되길 바라며 2년 동안 감정식당을 진행한 경험을 담은 ‘감정식당’을 책으로 냈습니다. 일상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10가지 감정의 요리법을 책에 담아 소개했습니다. 나의 감정을 잘 요리하면 나를 잘 알게 되고 세상을 향해 화를 덜 냅니다. 나를 알려는 노력이 나를 살리는 명약입니다.
글 | 이서원 프란치스코(한국분노관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