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21년을 ‘성 요셉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교황님의 성 요셉 사랑은 이미 알려진 이야깁니다. ‘잠자는 성 요셉상’을 세상에 다시 알리신 분도 교황님이십니다. 예수회 정제천 신부님도 우리나라에 성 요셉에 대한 신심을 알리기 위해 바오로딸수도회에 성상 제작을 요청하셨습니다.
덕분에 저 역시 한국적인 ‘잠자는 성 요셉’ 성상을 제작하는데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었습니다. 교황님께서 반포하신 교서에서는 이미 “무수히 많은 성인과 성녀들이 요셉 성인에 대한 깊은 신심을 갖고 있었다.”고 전합니다. 이렇듯 요셉 성인은 네 번의 꿈을 통하여 하느님의 뜻에 온순히 따르고 성가정을 돌보는 가장이 되셨습니다.
바오로 가족은 2021년을 ‘성경의 해’로 보내고 있습니다. 성경의 해를 잘 살기 위해 제가 선택한 말씀은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 있다.”(묵시 21,3)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의에 빠진 엠마오의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성경을 풀이해 주시며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타오르게 하셨죠.
대 그레고리오 성인은 “말씀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히려 저는 말씀을 듣고 가슴에 새겨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에게서만 믿음이 자란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은 어느 한 곳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이죠. 제가 묵시록의 말씀에 꽂혔던 것은 제가 찾던 하느님이 바로 사람들 안에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성 요셉도 성모 마리아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셨지만 하느님의 거처가 되셨습니다. 수많은 성인들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 … 내 친구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부르길 좋아합니다. 저와 가장 가까이서 살아가는 수녀님들 안에 계신 주님을 발견하며 섬기는 일이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요셉 성인의 전구를 통해 기도합니다. 당신이 고뇌하고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셨듯이, 제가 주님을 갈망하는 이들 안에 있는 그분을 발견하고 제 가슴이 뛰게 해 달라고요.
글 | 천향길 베네딕타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