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
†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교구민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인사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제자들에게 건네시는 주님의 따스한 시선 안에 인류에 대한 보편적 사랑이 가득합니다. 이미 주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으로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 드리워진 불신과 불목의 장벽을 허물어뜨리셨습니다(마르 15,38 참조). 그리고 부활하심으로써 편협한 시선으로 서로 구분하며 대립과 투쟁을 일삼던 세상에 ‘새 하늘과 새 땅’(이사 65,17)을 펼쳐 보이셨으며, 종국에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세상에 나아가 사랑과 용서로 모든 인간의 존엄에 바탕을 둔 보편적 형제애를 실천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요한 20,23 참조).
지금 세상은 코로나19 감염병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서둘러 백신을 개발하였고, 접종을 시작한 나라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모든 나라가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19 감염병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하지만 일부 가난한 나라들은 백신을 구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도움의 손길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자국민만을 우선하는 이기적인 세상에서 가난한 나라들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이를 우려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바로 지금이 보편적 형제애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호소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 천주교회도 보편적 형제애의 실천으로 ‘백신 나눔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의 나눔이 가난한 나라의 형제자매들에게 생명의 희망(백신)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다 함께 평화롭게 사는 문화”, 곧 보편적 형제애의 실천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실 가정은 사랑과 형제애, 공동생활과 나눔,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가치를 배우고 전달하는 첫째 자리입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보여주는 형제애의 실천은 자녀에게 모범이 되고,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됩니다. 특히 형제애의 실천은 가족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봉사에서 더욱 잘 드러납니다. “봉사는 힘없는 이들, 우리 가정과 사회와 민족 가운데 힘없는 구성원들에 대한 돌봄을 의미합니다.” “봉사는 언제나 가장 힘없는 이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그들과 직접 접촉하며, 그들의 친밀함을 느끼고 때로는 이 친밀함으로 ‘고통을 겪기도’ 하며, 그들을 도우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올해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희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성 요셉의 해’와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를 동시에 지내고 있습니다. 자칫 한 번에 세 가지를 기념해야 한다는 것에 다소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가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왜 이토록 성가정 자리매김에 초점을 맞추며 온갖 힘을 기울이는 것일까요? 그것은 신앙 안에서 가족 구성원이 맺는 유대와 사랑이야말로 우리 교회와 사회를 지탱하는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보편적 형제애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 시대에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사랑의 실천, 곧 가난한 이웃을 향한 나눔과 봉사는 전 인류의 존엄을 향한 하느님의 보편적 사랑을 드러내는 가장 아름다운 부활의 노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언제나 ‘가정들 가운데 가정’으로서 자신을 내세우기를 열망합니다. 교회는 오늘날 세상에서 주님을 향하여 그리고 주님께서 각별히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향하여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증언하고자 열려 있습니다. 교회는 어머니이기에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집입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처럼, 사람들의 삶에 동행하고 희망을 지지하며 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형제애의 이 여정에는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도 함께하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권능으로 마리아께서는 새로운 세상을 낳아 주시고자 하십니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이고, 우리 사회의 모든 버려진 이들을 위한 자리가 있으며, 부활하신 주님의 정의와 평화가 빛날 것입니다.”
수원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1년 4월 4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