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빈 무덤’의 의미에 대해서 잠심해 보았습니다. 사실 빈 무덤이라는 부활의 표징은 부활한 예수님의 모습이 극적으로 묘사되기를 바라던 저에게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고 실망스러운 표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제가 만약 복음 저자였다면 “부활을 좀 더 화려하고 극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부활의 기쁨과 함께 부활 신앙을 좀 더 깊이 심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빈 무덤은 마치 부활의 기쁨을 예수님의 화려한 모습에서 찾지 말라고 가르치는 듯합니다. 빈 무덤은 바라보는 이의 믿음 상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집니다. 믿는 이에게는 부활의 표징으로 보이나, 믿지 않는 이에게는 그저 비어 있는 무덤에 불과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빈 무덤은 부활의 기쁨이 예수님의 화려한 모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음”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콜로 3,1-2 참조).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빈 무덤이 기쁨의 표징이지만, 아래에 있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히 비어 있는 무덤으로 보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의 절망에서 부활의 희망으로 건너가셨듯이, 미움에서 용서로, 불평에서 감사로, 아래에서 위로 건너간 사람에게만이 빈 무덤이 기쁨의 표징이 될 것이며,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진정한 기쁨을 맛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마리아 막달레나는 포기하지 않고,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을 찾아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습니다. 이처럼 비록 우리의 현재 상황이 미움과 불평과 절망에 놓여있다 할지라도, 또한 부활 신앙이 확고하지 않고 흔들린다 할지라도 ‘위’를 추구하고자하는 지향을 되새기며 방향을 놓치지 않는다면 부활하신 주님이 우리를 먼저 만나러 오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