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여주에 와서 벌써 네 번째 계절을 맞았습니다. 죽은 것 같은 겨울은 겨울대로 운치 있고, 생명의 봄은 봄대로 제 안에 잠자던 경이로움을 일깨웁니다. 새싹이 언 땅을 뚫고 나오는 힘은 1t 정도의 무게를 견디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제가 기껏 들어 올리는 무게가 20kg의 쌀 한 포대임을 생각하면 얼마나 놀라운 힘인지요.
그뿐만 아니라 저는 ‘자연의 학교’에서 부활을 배웁니다. 씨앗도 죽어야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듯, 무릇 생명도 죽어야 산다는 것을 자연의 이치를 통해 깨우칩니다. 부활은 신비의 영역이라 인간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계절의 변화를 통해 신비의 세계를 엿본 느낌이랄까요.
지난해 봄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일상생활이 무너졌습니다. 덕분에 평범한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며 ‘어제와 다른 오늘’이 부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올봄도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전 국민이 접종하면 집단면역이 형성되겠지요. 그러나 ‘코로나’ 이후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자연도 매해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일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연이 끊임없이 변주하는 세상을 보노라면 하느님의 이름은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시니 그분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해 보는 것이지요.
연피정을 마치고 온 저에게 함께 사는 수녀님이 축하엽서를 건넸습니다. 거기엔 “하느님의 이름은 아름다움, 세상을 구원하는 힘”이라고 적혀 있었죠. 수녀님과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에 힘을 받으며, 하느님의 모상인 우리가 본래의 아름다움을 회복할 때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봅니다.
주님 부활 대축일, 예수님은 당신 부활로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우리 죄를 짊어지시고 당신이 몸소 부끄러움과 치욕과 굴욕을 당하셨지요. 그래서 주님께 가는 길은 그 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생명을 노래하는 봄처럼 부활의 기쁨을 살며 당신이 주신 새 생명을 제 안에 키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