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들에게 주어진 선물이자 특권인 기도!
언젠가 저희 살레시오회 세계 총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총장님을 비롯한 대의원 250여 명이 단체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알현하게 되었습니다. 다들 얼마나 마음이 설렜는지 모릅니다. 마땅히 입고 갈 예복이 없었던 저는 부랴부랴 로마 유학 중인 형제에게서 양복까지 빌려 입었습니다. 안내자의 인도에 따라 꼬불꼬불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올라가 큰 홀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강도 높은 회의에 지쳐있던 형제들은 다들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교황님 입장하십니다.” 하는 소리와 함께, 교황님께서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장하셨습니다.
그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총장님을 비롯해 총평의원들, 관구장들과 관구 대표 등 다들 점잖은 분들인 줄 알았는데, 마치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소녀들처럼 돌변했습니다.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고 탁자를 두드리고…. 저는 그때 교황님을 통해 절실히 느꼈습니다. 한 인간의 존재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순수할 수 있다는 것, 지극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교황님의 따뜻하고 선한 눈빛을 가까이서 대하는 순간, 마치도 예수님을 뵙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분과의 만남은 뜻밖의 선물 같은 만남, 어쩌면 제 일생에 다시 오지 않을 특별한 만남이었습니다. 다들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했습니다. 그 짧은 순간이 그렇게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교황님과의 만남 그보다 더 영광스럽고 행복한 만남이 매일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선물이자 특권으로 주어집니다. 바로 ‘예수님과의 만남’입니다. 은혜롭게도 그분과의 만남은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탈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자리에서, 즉시, 가능합니다. 바로 ‘기도’를 통해서입니다.
이런 면에서 기도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중의 특권입니다. 지극히 존귀하고 전지전능하신 예수님과 우리가 원할 때마다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큰 은총이 어디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만나 뵙기 힘든 분이 절대 아닙니다. 너무 바쁘신 분이라 일찌감치 예약해야 겨우 만날 수 있는 분도 결코 아닙니다. 그분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분이 아닙니다. 늘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와 대화 나누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임마누엘 주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우리 안에 계십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 안에 있습니다.
“사실 그분께서는 우리 각자에게서 멀리 떨어져 계시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 17,27-28).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