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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풀려야 화도 풀린다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3-19 14:36:38 조회수 : 1069

관계가 풀려야 화도 풀린다


환속한 수녀님을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왜 환속했는지 궁금해서 여쭤보았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딱 한 마디였습니다. “그 여자 때문에!” 짧지만 강한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관계에 살고 관계에 죽는 존재입니다. 수도원에서조차 관계는 화의 뿌리이자 열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년 가까운 수도자 생활을 접게 만든그 수녀님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해서 한참 이야기를 들어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수도원에 있건 수도원 밖에 있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자기중심적 사고입니다.

 

몇 해 전 폭력피해여성 쉼터에 간 적이 있습니다. 상담소 거실 액자에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당신의 마음에 들게 하소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글을 보는 순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내가라는 말을 네가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네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내 마음에 들게 하소서.’가 됩니다. 이 마음이 자기중심적 사고입니다. 사랑이란,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상대의 마음에 들도록 기꺼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반면 폭력이란, 상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말과 행동을 내 마음에 들게 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집에 자기중심적인 부모가 있다면 자녀는 화를 마음속에 품은 채 성장합니다. 가정 밖에서 일어나는 폭력 사건의 뿌리를 살피다보면 가정 안에서 오래도록 쌓인 분노가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적우침주(積羽沈舟)’란 말이 있습니다. ‘아주 가벼운 깃털도 많이 쌓이면 배가 가라앉는다.’는 뜻입니다. 관계가 꼬여 쌓인 화는 훗날 커다란 폭발력을 가진 분노가 되어 자신을 상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힘들게 만듭니다. 부모와의 관계, 형제자매와의 관계가 원만해야 화가 적은 사람이 되고, 만약 맺힌 것이 있다면 관계가 풀려야 화도 풀립니다. 자녀 마음에 화가 생기지 않게 하는 부모는 자기중심성을 벗어나려 애씁니다. 그래서 자기의 판단을 넣어주려 하지 않고, 아이 속의 생각을 밖으로 빼주려 노력합니다.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고,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듣습니다.

 

우리는 관계를 중시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화내는 사람을 탓하기 전에 그 사람을 둘러싼 관계를 살펴보고, 가능하다면 관계를 풀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될 수 있습니다. 관계가 풀려야 화도 풀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