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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작품인 우리는 세상의 빛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3-12 10:27:59 조회수 : 842

그분의 작품인 우리는 세상의 빛



세상과 삶의 부조리와 불의가 만드는 어둠을 빛으로 변화시키도록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이들이 신앙인, 곧 우리 자신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빛의 자녀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에 의해 빛 자체이신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창조되었기때문입니다(에페 2,10). 하느님으로부터 빛의 자녀로 창조된 우리이기에, 우리는 마치 하느님의 파견된 사자”(2역대 36,15)로서 세상 안에서 그 빛을 드러냅니다. 또한, “하느님의 작품”(에페 2,10)으로서 선행을 통하여 하느님의 선물인 구원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우리가 빛 자체이신 하느님이 만든 작품인 빛의 자녀임을 잊고 살아갑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내가 알고 있고 소유하는 것을 기준으로 나는 남들과 달리 탁월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교만입니다. 분명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신앙인은 모두 빛의 자녀입니다. 그러나 남들은 나와 같지 않다는, 자신만이 우월하고 탁월하다는 교만이 빛의 자녀로서의 삶을 탁하고 흐리게 만듭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이미 오래전에 자신들만이 선택된 빛의 자녀이고 다른 이들은 어둠의 자녀라는 교만으로 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가는 이단이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사회 안에서 종종 등장하는 사이비 종교들이 공통으로 취하는 극단적 방식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하느님은 자리하지 못하고 빼어난 만이 있을 뿐입니다.


둘째는 빛의 자녀로 살아갈 수 있는 원천적인 힘이 하느님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나치게 보잘것없게만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이 경우엔, 나는 늘 부족하고 약하고 능력 없는 사람이기에 빛이신 하느님께로 나아가기보다는, 자신 안에 갇혀 살아갑니다. 이웃들과 함께하기보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보다 홀로 숨어 살아갑니다.

 

이러한 지나친 교만지나친 용기 없음두 가지 경우를 극복하고 하느님의 작품으로서, 빛의 자녀로서의 자신을 인정하며 살아가도록 이끄는 최고의 방법은 빛으로 나아가는”(요한 3,21) 것입니다. 우월감이나 두려움으로 세상과 삶에서 격리된 채 소외되어 빛의 자녀로서의 모습을 어둠으로 휘감기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빛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빛의 자녀로서 살아가도록 먼저 우리에게 다가오셨습니다. 이제 그분이 어둠을 이기는 빛임을 세상과 삶의 자리 안에서 선행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내 안에 나를 가두어 둔 곳에서 일어나 빛으로 걸어 나가도록 합시다. 빛의 하느님께서 우리 안의 교만과 허약함을 빛으로 바꾸어 주고 계심을 굳게 믿으며, 주님의 빛인 십자가를 지고 당당히 그분과 함께 그분 부활의 빛으로 나아갑시다.


글 기정만 에제키엘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