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
‘블랙록’이라는 투자회사가 있습니다. 자그마치 7조 달러, 우리 돈으로 8천조 원이나 되는 자금을 굴리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입니다. 이 회사 최고 경영자가 지난해 초 전 세계 주요 기업에 놀라운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앞으로는 기업의 환경과 사회적 영향을 투자 기준으로 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블랙록은 매출 가운데 25% 이상을 석탄과 관련한 사업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나, 이사진 중 여성이 2명 미만인 기업 등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 기업 경영환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돈만 많이 버는 기업이 각광받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대응에 신경 쓰는 기업, 성평등을 직접 실천하는 기업, 의사결정 과정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착한 기업’이 투자도 더 많이 받고 제품도 더 많이 파는 시대가 왔습니다.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과거처럼 이익만 키우려 주변을 파괴하며 무작정 앞으로만 달려가는 기업이 아닌,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제계에서는 이런 경영이나 투자 행태를 ‘ESG’라고 부릅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책임감 있게 챙기는 경영이라는 뜻입니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성전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을 크게 꾸짖으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묵상하고 실천해야 하는 곳에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를 나무라셨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산을 파헤치고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며 석탄과 석유를 태워 지구의 온도를 계속 높이는 기업에 박수를 보내며 살아왔습니다. 돈만 잘 벌어준다면 인권이나 부패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따져 묻지 않았습니다. 더 잘 먹고 더 잘 사는 게 중요했다는 핑계를 댔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지구는 오늘 복음 속 성전과 같은 곳이 아닐까요? 우리 모습이 하느님 보시기에 성전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팔며 환전을 하는 장사꾼들 같지 않을까요? 전 세계를 뒤덮은 기후 위기와 감염병 같은 경고는 이런 인간에 대한 예수님의 꾸짖음이 아닐까요?
이제 그 꾸짖음에 우리가 응답할 때입니다. 사업을 한다면 ESG를 기억해야 합니다. 포장지를 줄이고 석탄과 석유를 덜 쓰려 노력하며 가장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경영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소비자라면 착한 기업을 찾아 소비하고, 주식투자를 하더라도 친환경적이고 투명한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것이 예수님의 꾸짖음에 성의있게 대답하는 길일 것입니다.
글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