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부터의 변화
교구에서 청년 봉사자로 함께 일했던 청년들이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한 후 종종 연락을 줍니다. 첫아이를 출산했다며 행복한 웃음과 함께 갓난아이의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둘째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또, 아이가 유치원에 간다는 소식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소식, 그리고 첫영성체를 했다고 알려주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느새 아이가 이렇게 자랐나’ 하는 놀라움과 함께, 아버지로 그리고 어머니로 변해가는 그들의 모습이 신기하고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초보 엄마, 초보 아빠로서 아이를 돌보느라 어쩔 줄 몰라하던 모습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그들은 아이와 눈이 마주치면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이가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지 능숙하게 알아챕니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면서 아이의 마음을 느끼고 읽어내는 것, 아이를 위해서 때로는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겠습니까? 바로 아이에 대한 사랑의 힘일 것입니다. 그 사랑이 있기에 스스로 부모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그 사랑을 받은 아이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새로워지며, 또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을 통해서 부모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사순 제2주일의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변모를 이야기합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주님께서는 당신의 신성을 얼핏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그들 가운데 살고 계시는 하느님을 그들에게 보여주신 것입니다.”라고 말씀합니다. 우리와 함께하기 위해서 인성을 취하시고 신성을 감추신 주님의 모습 그리고 오늘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모습, 그 두 가지 모습의 시작은 바로 ‘사랑’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그 모든 것이 출발하고 또 이루어진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높은 산 위에서 새하얗게 빛나는 주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사랑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주님의 사랑으로 자신들도 주님처럼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음을 조금씩 깨달아가며 힘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도 주님의 사랑으로 거룩하게 변모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 안에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우리의 작은 변화가 하느님 아버지께 커다란 기쁨을 드릴 것입니다.
글 | 안민석 베드로 신부(교구 청소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