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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고 있다는 믿음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2-19 10:21:33 조회수 : 777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



이탈리아에 가서 처음 언어를 배우던 시기의 일입니다. 나름 스스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지만, 실력이 늘지 않아서 저 자신이 그저 답답하고 움츠러들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학원에서 돌아오면 기숙사의 할아버지 신부님께서는 저에게 늘 좋아, 좋아, 잘 가고 있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해주시는 말씀으로 받아들였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그 말씀이 듣기가 싫었습니다. 왜냐하면, 쉬운 말조차도 제대로 입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제가 너무나 초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부님께서는 저녁 식사 후에 마당을 걷는 저에게 다가오셔서 제 손을 잡으며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지금 포기하지 않고 하는 것이 잘 가고 있는 거야. 그것이 참 좋은 모습이야.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분명히 성장하고 있으니까.”

 

나는 걷고 있고 그래서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이 사순 시기를 맞이한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교회는 사순 시기 첫 주일에 우리에게 광야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러면서 죄와 유혹에 대한 영적 투쟁의 시기라는 의미를 드러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신 이야기를 통해 중요한 것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것은 바로 주님께서 죄와 죽음과 유혹을 이기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무엇보다도 우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광야는 주님의 소리를 듣는 곳이지만 또한 유혹의 소리를 듣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주님께서 계시고 성령께서 계시고 하느님 아버지께서 함께해 주시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각자의 삶의 광야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 광야를 걸어가야 합니다. 광야에서의 유혹을 이겨내신 주님께서는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과연 그 기쁜 소식이 무엇이겠습니까. 하느님 아버지께서 그 여정에 사랑으로 함께 하고 계셨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처럼 우리도 하느님과 함께 광야를 걸어가면서 성장하고 모든 유혹을 이겨내어,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이 기쁜 소식일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화려한 곳이나 아름다운 좋은 자리에만 계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모든 곳에서 가르치시고 함께 하셨습니다. 그것이 그분의 행동하시는 방법이고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마르 1,27)”이며, 또한 늘 하시던 대로(마르 10,1)”의 습관이십니다. 그렇기에 그런 주님을 바라보면서 사순 시기의 여정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주님과 함께, 주님 안에서 하루하루 성장할 것입니다.


글 안민석 베드로 신부(교구 청소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