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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다볼 곳은 오직 하늘밖에 없었습니다!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2-19 10:20:33 조회수 : 783

쳐다볼 곳은 오직 하늘밖에 없었습니다!



만만치 않은 연세에 해외 연학(硏學)을 떠난 수녀님. 그래서 지향을 두고 열심히 기도해드리던 수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당장 보따리 싸서 돌아오고 싶다는 것입니다. 유학 다녀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유학이라는 것이 뭔가 있어 보여도, 정작 당사자들이 치러내야 할 대가는 만만치 않습니다. 한 며칠은 지낼만합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생소한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정하게 이름이 뭐냐?’ ‘어디서 왔냐?’ ‘잘 잤냐?’ 물어봐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입니다. 더는 대화가 진척되지 않아, 순식간에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처량한 신세로 전락합니다. 알아듣지를 못해 다른 사람들이 신나게 나누는 대화에 전혀 끼지도 못하고, 그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투명인간처럼 구석에 찌그러져있습니다. 이럴 때 꼭 떠오르는 대중가요 가사 한 소절이 있습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울먹울먹하며 수녀님이 제게 건넨 하소연의 결론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지만, 내용은 무척이나 은혜로웠습니다. “쳐다볼 곳은 오직 하늘밖에 없었습니다!”


수녀님은 힘들 때마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답니다.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느님과 대화를 시작했답니다. 틈만 나면 유일한 안식처인 성당으로 달려가 하느님께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았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녀님께서는 그 순간 평생 처음으로 진정한 기도, 기도다운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혹시 지금 이 순간, 일생일대 가장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까?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까? 아무리 둘러봐도 적군들뿐, 아군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는 상태입니까? 그렇다면 지금이 가장 기도하기 좋은 순간입니다. 지금이 가장 기도에 전념할 때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기도를 시작할 때입니다.


그냥 기도가 아닙니다. 온몸과 마음, 정신과 영혼을 다 바쳐 드리는 간절한 기도가 필요합니다. 마치 지금 내가 드리는 기도가 지상에서 바치는 마지막 기도인양 올리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바치는 간절한 기도는 때로 하늘도 움직입니다. 그런 간절한 기도를 통해 우리는 소중한 깨달음 하나를 얻게 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바치는 기도에 대한 응답 여부가 아니라는 것을. 기도에 대한 응답 여부를 떠나서 우리가 하느님과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인격적 소통이 가장 중요하며, 그 자체가 가장 훌륭한 기도라는 것을.


글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