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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하루에 두 번, 가장 좋아하는 ‘최애모멘트(moment)’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그 순간을 위해서 시간과 여건이 맞으면 항상 그 방향을 찾아가는 편이지요. 아침에는 동쪽, 저녁에는 서쪽으로. 바로 일출과 일몰의 순간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태양의 맑은 민낯과 원숙한 두 얼굴, 그 주변에 펼쳐지는 오묘한 붉은 빛을 보노라면 창세기의 천지창조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아침에는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서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운을 받으니까 말입니다. 게다가 이런 좋은 일을 일 년에 한 번이 아니라 매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축복받은 느낌입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저는 편리한 도시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휴식이 있는 자연을 다시 보게 되더군요. 우리나라는 삼림이 70%라 개발하기 불편하다는 느낌으로 어릴 때 배웠는데, 사실 그만큼 숲이 있어서 우리나라 공기와 물이 맑은 것 아니겠습니까.
지난 가을에는 자전거를 타고 경상북도 영덕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동해안 일주를 했는데요. 태어나서 하루에 그렇게 많은 감탄사가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찐 금수강산! 산과 바다 그리고 돌들까지도 정말 예쁘더군요. ‘인간이 만든 어떤 건축물이나 인공물에서 이렇게 편안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역시 자연은 위대하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강론 시간에 신부님이 이런 설문조사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남자들에게 연상의 여자가 불편한 이유는 어떤 선물, 어떤 대접에도 이미 경험해 본 듯 감흥 없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랍니다. 말 한마디에도 크게 웃어주거나 어떤 작은 선물에도 감동의 반응을 해 주는 사람이 좋다고요. 이성관계뿐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긍정의 반응은 관계를 좋게 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살면서 하느님께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드렸을까?’ 부끄럽지만 하느님께는 감동의 반응보다 ‘도와주세요.’라는 SOS를 더 많이 보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출, 일몰을 비롯해서 위대한 자연을 만들어주신 분이 바로 하느님이신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젠 아는 척 하지 않고 좋은 느낌 열 배로 감동하려고요. 그리고 감동의 반응을 바로 하느님께 전달하려 합니다. 그럼 하느님도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글 | 류시현 소화데레사(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