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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어놓음 그리고 치유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2-05 10:42:48 조회수 : 706

내어놓음 그리고 치유



어느 신자께서 피부가 많이 상한 것 같다면서 저에게 화장품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상자를 열어 보니 여러 종류의 화장품이 담겨 있었습니다. 무엇을 먼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언제 쓰면 좋은지, 화장품에 대해 설명을 차근차근 들으면서, 부위와 피부 상태에 따라 사용하는 화장품의 종류와 그 기능이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화장품에 대해 잘 알고 사용하면서 피부를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는, 나의 진정한 상태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돌보고 있었을까 하는 물음이 생겼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열병으로 누워 있는 시몬의 장모의 사정을 들으시고는 그녀에게 다가가시어 치유해 주십니다. 이 장면을 성 히에로니무스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비로우신 의사께서는 몸소 침대에 다가가셨습니다. 잃어버린 양을 어깨에 메고 오셨던 그분께서 침상 곁으로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손을 잡아 일으키셨습니다. 당신 손으로 여인의 손을 잡아 주셨습니다. 이 얼마나 놀랍고도 거룩한 호의입니까!”

 

사실 우리는 모두 분노, 적개심, 질투 그리고 여러 가지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처는 분명히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그것을 감추고 모른 척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감추고 아무런 말없이 내색하지 않으면, 부모는 고통스럽습니다. 주님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님께서 내 곁으로 오실 수 있도록 마음을 여는 방법은 바로 기도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우리가 주님의 자비와 따스한 손길을 바란다면 그분에게 나의 아픔을, 나의 상처를, 나의 상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알려주십니다. 그분께서는 기꺼이 시몬의 장모의 사정을 들어주신 것처럼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십니다. 우리를 이해하시고 포용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분이 주님이심을 오늘 분명히 알려주십니다. 이것은 다른 누군가를 위한 가르침이 아니라, 바로 우리 각자를 위한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실천해야 하는 가르침입니다.


기꺼이 우리의 삶 안으로 들어오시고 함께 걸어가시고자 하시는 주님, 그분의 그 마음을 느끼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그리고 우리의 손을 기꺼이 내어드리기를 바랍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마르 1,38).


글 안민석 베드로 신부(교구 청소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