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죄가 뭐지요
‘독성’(sacrilegium, 瀆聖)이란 거룩한 것을 의도적, 의식적으로 모독하는 행동을 지칭하며, 경신덕(敬神德)에 반하는 행위라고 가톨릭대사전에 정의되어 있습니다. 즉 하느님을 공경하는 것에 거스르는 행위를 했을 때 ‘독성죄를 범했다.’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거룩한 것이란 무엇인가’입니다. ‘거룩한 것’은 먼저 하느님에게 속한 것과 하느님께 바쳐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세분화하면 ‘사람’과 ‘장소’, ‘물건’에 관한 독성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독성이란, 성직자나 수도자를 폭행하는 행위, 성직자나 수도자들을 주교, 수도회 장상 신부 또는 장상 수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세속 법정에 고소하는 행위, 성직자나 정결 서원을 한 수도자와 십계명 중 6계명을 범하는 행위를 할 때 성립합니다.
‘장소’에 대한 독성죄로는 하느님 경배에 바쳐진 장소, 즉 축성된 성당이나 교회 묘지 등에서 살인, 상해, 음행, 상업적 행위, 파괴행위, 약탈, 방화 등의 행위를 할 때 해당합니다.
‘물건’에 대한 독성은 미사 때 사용되는 제구들, 즉 성작, 성반, 성체보, 성작수건 등과 성경, 성인의 유물·유해, 제의, 성상 등 하느님께 봉헌된 물건을 세속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대죄를 받은 사람이 성체를 영하거나, 성직을 매매할 경우에도 해당됩니다. 여기서 ‘대죄’란 보통 십계명과 관련한 죄를 의미하며, 그 십계명을 어기면 안 된다는 것을 본인이 알고 있으면서 행한 죄를 말합니다. 갈라티아서 5장 19-21절을 보면, 음행, 부정, 방탕, 우상숭배, 마술, 질투, 술주정, 폭음폭식 등을 대죄로 규정하고 있고, 교회는 전통적으로 살인, 간음, 배교, 우상숭배를 ‘4대 대죄’로 보고 있습니다.
신앙 생활을 하다 보면 성직자나 수도자가 마음에 안 들거나 내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 중에 ‘무슨 신부가, 무슨 수녀가’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자체가 독성죄는 아니지만 독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집에 있던 성물이 파손되면 성당이나 집 근처 깨끗한 땅에 묻는 이유도 축성된 물건이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가 거룩하지 못한 것과 섞이게 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글 | 최영균 그레고리오 신부 (교구 제1심 법원 성사보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