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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에 따른 술 빛깔이 아무리 빨갛고 고와도 거들떠보지 마라(잠언 23,31 공동번역)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2-01 16:34:13 조회수 : 488

잔에 따른 술 빛깔이 아무리 빨갛고 고와도

거들떠보지 마라(잠언 23,31 공동번역)



한국 성인 중 12.5%는 고위험 음주군에 속합니다. 이들이 계속 같은 방식으로 술을 즐긴다면, 그 중 일부는 알코올 중독이 될 것이고, 일부는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같은 마음의 병을 앓게 될 것이며, 일부에서는 간질환, 고혈압, 당뇨가 심각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음주 폐해를 예방하는 사회가 아니라 술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OECD 30개국 중에서 우리나라 음주폐해 예방 정책의 강도는 22위로 하위권에 속합니다.


적당히 마시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라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적당히의 기준이 중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남성의 경우 하루에 2~4, 여성의 경우 하루에 1~2잔 이내로 술을 줄이고, 한 번 마셨으면 2~3일은 금주하라고 권고합니다. 심지어 2017년 국내 2천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가벼운 음주자조차 식도암, 위암, 대장암의 위험이 최대 1.5배 이상 증가합니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술을 발암물질로 규정했습니다. 또 아무리 소량이거나, 어떤 상황에서라도 음주는 이점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술은 뇌독성과 의존성을 가진 화학물질에 가깝습니다.


특히 술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간 걱정만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간이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술의 최종 목적지는 뇌이고, 뇌를 마비시켜 기분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술을 마시는 빈도나 양이 지나치면 당연히 뇌에 문제가 생길텐데,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이를 간과합니다. 술을 마시고 마음을 달래는데 익숙해지면 뇌기능이 저하되고 세로토닌이 소진되어 오히려 우울증이 유발됩니다. 잠이 오지않아 술을 마시는 것은 억지로 뇌를 마비시키는 행위여서, 수면의 질이 점차 저하되고 금단증상이 생기면 결국 술만 늘고 잠은 못 자는 지경에 빠집니다. 술로 뇌를 혹사하면 결국 조절능력을 상실해 중독이 되고 종국에는 치매에 이릅니다. 뇌는 우리의 영성과 신앙을 품고 있는 신체 기관입니다. 신앙인이라면 술이 우리의 삶을 어디로 이끄는지 돌아봄직 합니다.


알코올 중독은 비교적 흔한 만성진행형 질환에 속합니다. 잘못된 식이 및 생활 습관으로 걸리는 고혈압, 당뇨는 방치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하여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립니다. 잘못된 음주 습관 역시 그 끝에는 심각한 질병과 삶의 모든 영역이 무너지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오래지 않아 재난을 맞을 사람도, 근심하게 될 사람도, 속상해 할 사람도, 상처 입을 사람도 모두 술자리를 뜨지 못하는 이들이라는 말씀을 기억합시다(잠언 23,29-30 공동번역 참조).


| 하종은 테오도시오(카프성모병원 병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