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는 차별에 찬성하나요?”
천주교 수원교구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 우려를 표하면서, 지난 7월 31일 교회의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동성애자들의 결합을 어떤 식으로든 혼인과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과 유사하거나 조금이라도 비슷하다고 여기는”(사랑의 기쁨, 251항) 다양한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것과 올바른 생명 문화를 건설하자는 내용이 입장문의 골자였습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 조차 동성애 성향을 지닌 이들에게 “어떤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는데, 교회는 어찌하여 「차별금지법안」에 강한 우려를 표한 것일까요?
논란이 되는 조항과 수원교구에서 우려하는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제2조 1항을 살펴보면 ‘성별’을 여성과 남성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을 포함시킬 경우 생물학적 성(性) 개념이 사라집니다. 생물학적으로 자녀출산을 이루어낼 수 있는 구조는 오직 ‘남자’와 ‘여자’의 결합뿐입니다. 하지만 ‘분류할 수 없는 성’이 법적으로 인정받으면 ‘남성’과 ‘여성’ 외에 ‘중성’ 그리고 ‘성전환’(transgender) 시도 후에 남성성과 여성성의 모호해진 ‘제3의 성’이라는 허구적 구조 또한 성립합니다.1) 문제는 이들이 혼인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세우신 질서에 따른 혼인 구조(‘남성-여성’의 혼인형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다양한 ‘성(性)’ 간의 혼인형태도 교회와 국가가 보호하고 장려해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이는 ‘분류할 수 없는 성’이 지니는 다양한 성적 지향까지 - 가학, 피학, 소아성애, 사물성애라 할지라도 –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둘째, 제2조 4항을 살펴보면 ‘성적지향’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안의 ‘성적지향’ 용어의 뜻에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을 포함할 경우, 동성 간의 결혼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별 차이와 무관한 동성애 부부의 입양 역시 법적 보호를 받게 됩니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자녀가 양성의 부모 밑에서 누릴 수 있는 마땅한 권리들이 박탈당하더라도 말입니다.2) 안타깝게도 법안의 ‘용어 정의’가 수정되지 않으면, 이 법안은 동성혼과 동성 간 성관계의 법적 권리를 부여받는 데에 매우 중요한 법적 기초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들도 있습니다. 인공적인 출산을 장려하고,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생명 선택과 폐기 등의 ‘생명경시 현상’들이 법적인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 보호를 받게 될 우려가 큽니다.
셋째, 제2조 5항 ‘성별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시도합니다. 자신이 인지하는 성과 타인이 인지하는 성이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상황까지 포함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르면 생물학적으로 남자인 사람이 자신을 여자라고 인지하면, 그는 여자가 됩니다. 반대로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사람이 자신을 ‘중성’이라 인지한다면, 그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생물학적 남성이 여자화장실을 이용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자신을 ‘여성’이라 주장하면 차별금지법 제2조 5항을 기초로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천주교는 차별에 찬성하나요?”
아닙니다. 천주교는 “인간 기본권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또는 성별, 인종, 피부색, 사회적 신분, 언어, 종교에서 기인하는 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사목헌장 29항)는 교회의 가르침을 따릅니다. 다만 남녀의 혼인과 가정공동체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생명경시 문화 조성의 위험요소들을 반대합니다.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은 기도와 성사의 은총으로 모든 사람이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받는 사회를 희망합니다. 국가와 교회 모두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생명과 가정공동체의 가치를 증진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1) 참조 : 교황청 가톨릭교육성, 「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25항, 2019.
2) “마찬가지로 중요한 또 다른 권리는 자녀가 누리는 권리이다. 곧, 성장과 정서적 성숙에 알맞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가정 안에서 자라날 자녀의 권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대하며 지속적으로 관계를 기르고 심화해 나가며 정서적 성숙을 준비해 나갈 자녀의 권리이다.”(교황청 가톨릭교육성, 위의 책, 38항,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