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매함의 봉우리를 넘어서
사목위원 A씨는 회의 참석자 중 한 분이 자기 의견을 유일한 답처럼 밀어붙여 사목회의가 매번 길어진다며 불편을 호소하셨습니다. “진짜 능력이 있으면서 그러면 제가 말도 안 합니다.”라며, 마치 모든 분야의 전문가인 양 혼자 잘난 척하는 것이 실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편향’(Cognitive bias), 곧 비논리적 추론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현상으로 분류합니다. 특히 실제 능력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합니다. 이 가설에 의하면,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이 조금 생기면 ‘나는 이 분야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I know everything)는 자신감이 치솟아 오르게 되는데, 이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니는 자신감 이상으로 높이 나타나며 이 지점을 ‘우매함의 봉우리’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므로 이 영역에 속한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고, 자신의 능력 부족에 따른 결과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이들은 훈련을 통해 능력이 향상된 후에야 자신이 부족했음을 깨닫고 인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우매함의 봉우리’, 즉 자신을 드높이 올려놓았던 이가 실제로 능력이 향상된 후에야 자기 능력의 부족함을 깨닫는 모습에서, 잔치에 초대받아 윗자리를 고르는 이들에게 들려주셨던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너보다 귀한 이가 초대를 받았을 경우, 너와 그 사람을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이분에게 자리를 내 드리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너는 부끄러워하며 끝자리로 물러앉게 될 것이다. (중략)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4,8-9.11).”
사실 '더닝 크루거 효과'를 보이는 사람들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한 다른 누군가가 그의 확신을 변화시켜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분명 어느 기회에는 ‘이분에게 자리를 내드리게.’라는 하느님의 초대를 그분도 받지 않을까요? 다만, 그의 우매함이 그토록 거슬리는 내 마음을 돌이켜 들여다볼 수밖에요. 혹 내가 서 있는 자리가 그가 서 있는 자리와 멀지 않다는 내면의 부드러운 신호는 아닐까요? 이 신호를 알아차릴 때, 나 스스로 먼저 우매함의 봉우리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지, 그래서 실은 내 마음을 복닥거리게 하는 바로 그 사람이 하느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하나의 초대장은 아닐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글 | 배기선 영덕막달레나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