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인 고통, 불안
우리는 ‘코로나’라고 하는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과 만나서 했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느끼고 삽니다. 아무리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조심한다 해도 나도 모르게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까봐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내가 확진자가 되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 너무나도 걱정됩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졌습니다. 하루가 별일 없이 지나갈 수 있을지 정말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은 누군가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가까운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이 되면 어떻게 하나? 나 때문에 전염이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 때문에 불안한 것은 아닐까요? 또한 내가 뭔가 잘못해서 나쁜 일이 생길까봐 불안하다면, 그건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책임을 다하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가톨릭 신앙인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습니다. 어찌 보면 불안이 있어서 감사하는 법을 배우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지금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지켜야 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고, 잘하고 싶은 일이 있고, 간절히 소망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렇다고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그저 ‘불안해’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보 제32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은 몽골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험에 빠지자, 불교의 힘으로 적을 물리치고자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16여 년간 제작된 팔만대장경의 판각에는 수많은 사람이 참여했지만, 오직 하나의 서체를 사용해서 5,200만여 자의 글자를 새겨 넣었고 오타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정신력과 집중력을 모아서 국난을 극복하길 염원했고, 결국은 몽골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한결같이, 간절하게 염원을 하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우리는 지금 서로 2m 떨어진 자리에 있지만, 마음만은 하나로 모아 현재 위기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간절한 기도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를 하고 있거나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기도를 해주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불안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느끼는 불안을 통해 하느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인 것 같습니다. 오래전 선조들이 팔만대장경을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겨서 완성했듯이, 불안하면 할수록 주님의 말씀을 한 글자 한 글자씩 마음에 새겨 두고 간절하게 기도를 함께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글 | 황미구 비아(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