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과 축성은 어떻게 다른가요?
성사(聖事, Sacrament)와 준성사(準聖事, Sacramentalia)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여러 표징을 통해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성사’입니다. 특히 이 성사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만드시고 교회에 위임한 것으로써, 그 자체로 성령의 은총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구원에 있어 성사는 필수사항입니다.
그에 반해, 교회가 신자들의 영적 유익을 위해 성사를 모방하여 만든 것이 바로 ‘준성사’입니다. 준성사는 그 자체로 성령의 은총을 못 전하지만, “교회의 기도를 통하여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은총에 협력하도록 결심”(가톨릭 교회 교리서, 1670항)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준성사는 선택사항이지만, 예식에 참여하는 신자들의 마음이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영적 효력도 커지게 되어, “성사들의 뛰어난 효과”(가톨릭 교회 교리서, 1667항)를 받을 준비를 하게 함으로써, 신자들을 성화(聖化)시킵니다. 이러한 준성사 중 대표적인 것으로 ‘축복’이 있습니다.
축복(祝福, Benedictio, 좋은 말을 하다)
‘축복’은 모든 복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흠숭과 봉헌”(가톨릭 교회 교리서, 1078항)으로써, 사람·음식·물건·장소 등에 하느님의 은혜를 청하는 전례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기도가 포함되고 십자성호 및 성수 뿌림 등의 표징들이 따릅니다. 대표적으로 어린이 및 자녀 축복, 병자 축복, 성물 또는 건물 축복, 교통수단 축복, 식사 전·후의 축복 등이 있습니다. 물론 평신도가 직접 집전할 수 있는 축복도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잠자리에 들 때, 학교에 갈 때, 여행을 떠날 때 등에 부모가 매번 자녀의 이마에 십자표를 그으며 축복할 수 있습니다.
축성(祝聖, Consecratio, 봉헌하여 성스럽게 만든다)
축복들 중에서 어떤 축복들은 지속적인 효력을 가집니다. “이 축복들은 사람들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물건과 장소를 전례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참조: 가톨릭 교회 교리서, 1672항). 우리는 이 축복들을 ‘축성’ 또는 ‘봉헌’이라고 합니다. 수도자들의 서원 예식, 신학생들의 독서직 및 시종직 수여를 위한 축복을 비롯해, 전례적 목적을 위해 성당이나 제대 봉헌 또는 축복, 새 감실 및 독서대 축복, 오르간 및 종 축복, 성유와 제구 및 제의 등의 축복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사람을 위한 축복이나 물건을 위한 축복 등을 자주 거행하는 것이 신앙생활에 유익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축복들은 우리가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용하게 함으로써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성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글 | 김일권 요한사도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