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다가온 중독
“젊은이야, 네 젊은 시절에 즐기고 젊음의 날에 네 마음이 너를 기쁘게 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네 마음이 원하는 길을 걷고 네 눈이 이끄는 대로 가거라. 다만 이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께서 너를 심판으로 부르심을 알아라”(코헬 11,9).
인간의 뇌는 20대 초반까지 성장하며, 특히 이성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마지막에 자리 잡습니다. 이 시기에 중독에 노출되면 조절 능력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합니다. 한국 청소년 중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75%이고, 월 1회 이상 술을 마시는 청소년도 25%나 된다고 합니다. 술에 취하면 더 충동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되고, 인격 자체가 충동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또한, 청소년기에 술에 노출된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이 될 확률이 5배 정도 높습니다. 게임, 인터넷 중독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청소년이 이에 과몰입 상태에 빠져서 강박적일 정도로 사용합니다. 게다가 이 와중에 아이들은 도박에도 빠지고 있습니다. 2018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 중 청소년의 6.4%가 도박 위험집단으로 분류됐습니다. 대략 14만5천 명의 청소년이 도박 중독에 빠질 우려가 있거나, 이미 도박으로 심각한 폐해를 겪고 있습니다.
가장 행복해야 하는 시절을 술, 게임, 도박으로 채우고 있는 아이들. 우리는 어떠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습니까?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청소년 교육시간 1위, 불행지수 1위, 자살률 1위 국가라고 합니다. 교육은 성공을 위한 경쟁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른들은 학벌, 돈, 성공만을 강조하며, 아직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도 않은 청소년 중 태반을 낙오자로 만들어 버립니다. 누구도 청소년들에게 삶의 의미, 참된 소통과 관계, 건강한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경쟁에 내몰리고 위로는 받지 못하니 청소년이 중독에 빠지는 것도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나 중독은 결코 삶을 위로해주지 않습니다. 중독에 빠진 사람 세 명 중 하나는 결국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앓게 됩니다. 한 가지에 중독되면 다른 중독에 연이어 빠질 확률도 현저히 늘어납니다. 한 번 중독에 빠지면 평생 우울하고 공허한 삶을 살면서 헛된 것만 좇다 죽게 되는 것입니다.
청소년 시기에 향유하는 건강한 즐거움과 추억은 평생을 통해 삶을 지탱하는 토양이 됩니다. 술, 게임, 도박하지 말라고 다그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거기에 기댈 필요가 없게 해주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그들이 중독 대신 참된 격려와 지지를 받고, 위로를 얻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글 | 하종은 테오도시오(카프성모병원 병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