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위령 기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나요?
장례식장에서 천주교 신자와 비신자를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은 ‘연도’입니다. 천주교의 상장례 문화는 한마디로 연도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상이 나면 “연도 났다.”면서 본당 신자들이 빈소를 방문하여 연도를 바치곤 합니다. 이렇게 삶을 마감한 이를 열성을 다해 정성스럽게 하느님께 보내드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가톨릭 신앙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
연도는 ‘연옥도문’의 준말입니다. 여기서 ‘도문’이란 오늘날의 호칭기도를 뜻하므로, ‘연옥도문’이란 문자 그대로는 ‘연옥 영혼을 위하여 바치는 호칭기도’란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제 연도는 단순히 호칭기도만이 아니라 ‘죽은 이를 위하여 바치는 기도’란 뜻으로 받아들여져 오늘날에는 ‘위령 기도’라고 부릅니다.
위령 기도의 유래는 확실치는 않으나, 옛 한국 교회의 기도서인 “천주성교공과”(1864)와 상장예식서인 “천주성교예규”(1865)를 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두 예식서의 기원은 중국의 한문본이지만, 한글로 번역되면서 한국 실정에 맞게 매우 독자적으로 개정·번역했다고 합니다. 특히 “천주성교예규”는 2003년 주교회의에서 “상장예식”이 출간될 때까지 오랫동안 한국 교회의 공식 상장예식서로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천주성교공과”나 “천주성교예규”에는 악보가 없으므로 당시 신자들이 어떻게 가락을 붙여 노래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초기 한국 교회의 박해 시대 때에는 신자들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천주공경가(이벽), 십계명가(정약종), 천주가사(최양업)와 같은 노래를 지어 가르치곤 했지만, 악보 없이 구전되었으므로 시대와 지역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위령 기도의 노랫가락도 이처럼 지역마다 다르게 구전되어 내려오다가, 1970년경부터 채보를 시작하여 1992년 서울대교구 전례위원회에서 악보를 붙인 “성교예규”를 발간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악보를 보면서 통일된 선율로 연도를 노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위령 기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자적인 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는 ‘위령 성무일도’가 있긴 하지만 우리와는 매우 다릅니다. 노랫가락도 위령 성무일도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곡조를 따르지만, 위령 기도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아니라 한국 전통 민요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이렇게 위령 기도는 우리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적 배경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우리 민족 고유의 기도이자 자랑입니다. 또한, 각 민족과 지역에 맞는 복음의 토착화를 강조하는 공의회의 가르침이 가장 잘 실현된 모범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하여 위령 기도를 열심히 바침으로써, “영혼의 구원”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글 | 이규용 유스티노 신부(교구 제1심 법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