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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하느님> 유희석 신부의 내 생애의 도서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1-18 16:47:37 조회수 : 579

<우리들의 하느님>
유희석 신부의 내 생애의 도서

저는 수원교구 신자들에게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우리의 삶과 신앙을 한꺼번에 뒤돌아보게 하는 굉장한 마력을 지니고 있어서, 비단 가톨릭 신자만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여 강력히 추천합니다. 세상엔 책들이 많이 있지만, 이만한 울림이 있는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박하지만 철저하고, 신심을 내세우지 않지만 아주 신앙적인 책입니다.
저는 신학교에 있을 때부터 신학생들에게 일독을 자주 권하곤 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권정생은 개신교 신자이기에 좀 생소한 분이지만, 문학계를 비롯한 사회 저변에는 이미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고인이 되신 지금도 여전히 그 뜻을 기리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개신교인이라고 해서 개신교를 두둔한다거나 편향적인 자세를 가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개신교인의 잘못된 생활을 나무라고 질책을 퍼부을 때가 더 많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세상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할 정도로 그의 꾸밈없고 숨김없는 순박한 영혼 앞에 옷매무새를 고칠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너나할 것 없이 탐욕에 물든 세상이다 보니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위로를 받거나 위안거리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인생의 나침반과도 같은 촌철살인의 정신으로 삶을 사는 이들을 만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저는 이 책과 이 책의 저자를 통하여 제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한 모금의 위로를 얻거나 사제적 삶의 지속적인 샘터를 찾아내곤 합니다. 어느 종교인에게서도 그만한 삶을 산 이들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봅니다. 더구나 이 책은 최근의 이슈를 점하고 있는 코로나 19사태와 환경과 생태문제에 있어서도 하나의 좋은 안내서 내지 참고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감히 말하지만, 이 책은 종교를 넘어 한 인간의 대서사시로 여겨도 무방합니다.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을 믿고 사는 우리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면서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즈음에 우리의 신앙도 무엇인가 변화되고 반드시 변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속 좁은 신앙에서 폭을 더 넓히라고, 알맹이로 꽉 찬 그런 신앙이 되어야 한다고 강제하는 듯합니다. 지금까지의 대중친화적인 신앙이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신앙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단언합니다. “예수가 바라는 삶은 현실의 성공이 아니라 오히려 실패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원한다.”
글 | 유희석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