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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10-24 14:26:16 조회수 : 87

명절이라 모처럼 부모님 곁에서 며칠 지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아이가 된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한가위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사진 한 장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제주도에서 찍은 ‘가족사진’이었습니다. 30년도 훨씬 넘은 그 빛바랜 사진 속엔 지금의 저보다 훨씬 어린 모습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20대 그리고 30대의 젊은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는 과연 어떠셨을까? 4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나는 내가 어른 같지 않은데,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리셔서 나와 누나를 키워 내셨을까? 힘들진 않으셨을까? 두렵진 않으셨을까? 이런 궁금증을 여쭈어볼까 하다가 아버지의 따스한 눈빛을 보니 그냥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한 가지는 알겠더군요. 잘난 것 하나 없는 자식이지만,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는 저와 누나를 낳아 가정을 꾸려 살아오신 그 세월을 후회하진 않으신다는 것을요. 


통계에 따르면 1983년, 우리나라에선 천 명 중 10.3명이 결혼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23년, 과연 몇 명이 결혼했을까요? 천 명 중 3.8명입니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삼분의 일 정도로 줄어든 셈이겠죠.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많은 미혼남녀에게 주거비용이라든가 양육비, 사교육비 등이 과거보다 훨씬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제적인 측면 말고도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개인의 삶’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 내 삶에 너무 만족하기에 딱히 가정을 꾸릴 이유를 못 찾는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참 혼자 살기 좋은 세상입니다. 혼자 앉아 먹을 수 있는 공간들을 갖춘 식당들이 제법 많습니다. 혼자 살 수 있는 원룸, 오피스텔 등도 많습니다. ‘나 혼자’ 살기 좋은 세상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엔 어떨까요? 

교회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경 메시지의 빛에 비추어, 교회는 가정을 고유한 근본 권리를 지닌 최초의 자연 사회로 여기며, 가정을 사회생활의 중심에 둔다. 가정을 종속적이고 부차적인 역할로 격하시키고 또 가정을 사회 안의 올바른 위치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사회 전체의 진정한 발전에 막대한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다”(『간추린 사회 교리』 211항).


결혼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사랑 없는 결혼은 오히려 불행의 시작일지 모릅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지금 내 일상을 유지하고 싶어서 가정을 포기하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 눈앞에 있는데 가져가지 않는 모습은 안타깝습니다. 건강한 가정 없이 건강한 사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예쁜 아이들을 낳고 살아가는 모든 가정에 하느님께서 축복을 내려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