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머니께서 저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십니다. 아들이 주식 투자에 빠져서 벌어 놓은 돈도 다 잃고, 가정생활에도 충실하지 않아 며느리 속을 많이 썩인다고요. ‘주식 투자 그만하고 직장생활에만 충실하도록 아드님을 잘 좀 타일러 보시라.’고 말씀드리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 아들이 그러는데 요새 직장만 다녀서는 집도 차도 못 산다고 해요. 주식 안 하면 뒤처지는 거라고, 지금 사회가 그렇다고….” 할머니 말씀을 듣고 제 주위를 둘러보니 조금 그런 것도 같습니다. 서점을 가 보니 잘 팔리는 책들을 모아 놓은 진열장에 3~4권의 주식 관련 서적이 있더군요. 심지어 ‘어린이를 위한 주식 투자 방법’ 관련 책이 있는 것도 봤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식 투자는 ‘유행’을 넘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물론 주식 투자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 회사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고 그 대가로 정해진 기간마다 투자금에 비례하는 이익을 배당받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주식 투자‘만’ 한다는 것이겠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경제활동과 관련하여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노동’의 가치입니다. 이에 관하여 교회는 다음과 같이 가르칩니다: “노동은 하나의 의무, 말하자면 인간의 임무이다. 인간은 노동을 하여야 한다. 창조주께서 그것을 명령하셨기 때문이며, 자신의 인성을 보존하고 발전시킬 필요성에 응답하기 위해서다”(『간추린 사회 교리』 274항). 또한, 덧붙여 이렇게 강조합니다: “노동은 자본보다 본질적으로 우위에 있다. 이 원칙은 생산 과정에 직접 관련되는 것이다. 생산 과정에서 노동은 항상 주요 동인이 되지만, 생산 수단의 총합인 자본은 다만 하나의 도구 또는 도구인이 될 뿐이다”(『간추린 사회 교리』 277항).
교회가 가르치는 바와 같이 우리 경제활동의 중심엔 ‘노동’이 자리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통하여 정당한 대가를 얻고, 그렇게 얻은 대가를 나를 위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일은 하지 않고, 그저 올랐을까 떨어졌을까 초조해하면서 주식 그래프만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분명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경제생활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식‘만’ 하는 누군가를 게으르고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치부해 비판‘만’ 하는 것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그를 비판하기에 앞서 왜 지금 많은 사람이 주식 투자에 그리 열광하는지 그 원인을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왜 지금 많은 사람이 ‘노동소득’이 아닌 ‘자본소득’에 더 의존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왜 지금 우리 사회가 ‘투자’를 권하고 있는지 비판적 사고로 고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