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리하심을 믿으며
자녀를 위한 기도를 하기 위해 남양성모 성지를 다닐 때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고통의 신비 2단’ 앞에만 서면, 저도 모르게 ‘수용자를 위한 기도’를 바쳤습니다. 수용자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매주 그렇게 10년을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당 가는 길에 본당 자매가 문득 “자매님, 내일 별일 없으시면 구치소에 가서 같이 봉사하실래요?”라고 권유했습니다. “네, 별일 없어요. 그러죠.”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구치소에서의 봉사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시작한 그 일은 어느덧 올해로 16년이 됐습니다.
구치소에서 저희가 하는 일은 한 달에 한 번 구치소 내 천주교방에서 소공동체 모임을 하는 것입니다. 복음 말씀을 나누고 그들을 위해 준비해간 음식을 나누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소공동체 모임은 가뭄 끝 단비 같은 것이었습니다.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하느님 안에서 구치소에 갇힌 생활에서 오는 답답한 마음과 가족들을 그리는 마음을 내놓기도 하고, ‘참지 못하고 내가 왜 그랬을까’ 스스로 반성하고 채근하기도 하는, 서로의 속내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수용자와의 첫 만남이 지금도 선명하게 생각납니다. 철컹, 쇠창살로 된 문이 잠기고 열리는 소리에 죄를 지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막연한 두려움까지. 첫날의 저는 긴장과 두려움에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당시에는 두 번 다시 갈 것 같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구치소에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들어온 이들도 있었고, 찰나의 욕심과 이기심, 욕망을 이기지 못해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들어온 이들도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뉘우치며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들을 보면서,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도 삶 안에서 더 많이 갖길 원하고 나눔에 인색했던 순간들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욕심내봐야, 나만 갖고 있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누는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들을 위해서 그들과 함께 무엇을 한 것은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그저 하느님께서는 저를 기도로 준비 시키시고 10년 후 직접 쓰시려고 부르셨던 것만 같습니다. 그들과 함께 한 지난 16년이라는 시간. 지나온 그 모든 시간이 주님의 섭리 같습니다. 저는 주님의 섭리하심을 믿으며, 그저 섭리하심에 감사드립니다.
*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며 실명은 게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