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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누구입니까?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10-04 10:40:12 조회수 : 103

영화 <다크 나이트>를 아십니까? ‘고담’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은밀하게 악당들을 응징하는 ‘배트맨’의 별명입니다. 고담에는 수없이 많은 범죄자가 있습니다. 그들을 막기엔 경찰들의 힘이 한참 부족해서 억울한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사실 배트맨도 범죄의 희생자 중 하나였습니다.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똑같이 겪는 사람들을 위해 배트맨은 움직입니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악당들을 저지하며 고담시의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그를 사람들은 응원합니다. 밤하늘에 박쥐 모양의 신호를 띄우면서 그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상에 다크 나이트가 존재한다면 과연 어떨까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1항입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우리나라는 죄형법정주의를 따릅니다. 범죄와 그 형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대원칙입니다. 영화 속 배트맨의 활동이 정의롭고 통쾌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선 어디까지나 ‘사적제재’의 하나일 뿐이고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우리 교회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공동선을 보호하려면, 합법적인 공권력이 범죄의 경중에 따라 형벌을 부과할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여야 한다. 국가는 인권과 시민 생활의 근본 규범을 해치는 행위를 막고, 범죄 행위로 야기되는 무질서를 형벌 제도를 통하여 바로잡아야 할 이중의 책임이 있다. 법치 국가에서 형벌을 부과할 권한은 바로 법원에 있다”『간추리 사회 교리』 402항.


요즘 스스로를 ‘다크 나이트’로 여기는지,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과거 잘못을 저질렀던 누군가에게 망신을 주고 그렇게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의 활동에 환호하고 통쾌해하는 듯합니다. 물론 죄를 지었으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하고 억울함은 해소돼야 하겠죠. 하지만 이는 개인의 ‘영향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법’을 통해서야만 합니다. 만약 법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 악인들이 계속 활개 치고 억울한 이들이 늘어간다면 우리는 ‘개인’의 힘을 통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답게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합의’를 이루어내야 합니다. 정의를 위해 일하는 ‘다크 나이트’가 개인이어서는 곤란합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다크 나이트여야 합니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소. 어린아이의 어깨에 

코트를 걸쳐주며 세상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소하나 든든한 일을 해주는 사람도 영웅이지”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중 배트맨이 고든 국장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