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달리기를 하다 발에 작은 상처 하나가 생겼습니다. “이 정도 상처야 가만히 두면 금방 낫겠지…”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러나 작은 상처라고 만만히 본 것이 화근이었을까요? 작았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점점 커져, 결국 약을 발라야만 했습니다. 상처가 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덤이었습니다.
상처가 생긴 즉시 약을 발랐더라면, 새살이 돋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상처를 얕보고 방치한 것이 오히려 회복을 늦추고, 더 큰 고통을 가져온 것입니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마르 9,43)
오늘 복음에 나온 예수님의 말씀을 문자 그대로 지켜야 한다면, 상상하기도 힘든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의 진의는, 죄를 짓는 순간마다 신체를 훼손하라는 것이 아니라, ‘물러섬 없이 죄에 맞서는 결단과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작은 상처라 할지라도 얕보지 않고 즉시 치료해야 하는 것처럼, 아무리 작은 죄라도 얕보거나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종종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 정도는 하느님께서도 눈감아 주시겠지….”라고 생각하며 단호히 악에 맞서기보다, 타협하거나 물러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작은 상처가 큰 상처로 번지듯이, 죄에 대한 느슨한 태도는 더욱더 악한 경향을 불러오고 말 것입니다.
순교자 성월의 마지막 주일을 지냅니다. 순교 성인들께서 보여주신 물러섬 없는 신앙을 바라봅시다. 배교의 유혹에도, 고통과 두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믿음을 지켰던 성인들의 열정을 생각합시다. 믿음을 향한 단호함, 물러섬 없는 열정을 우리 마음 안에 간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