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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 승소하기를 원하오나.... (하느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실까?)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9-27 10:39:24 조회수 : 112

우리는 일상에서 기도를 자주 드립니다. 시험 합격을 위해, 사업의 성공을 위해, 건강을 위해 기도하곤 합니다. 저 역시 이런 일상에서의 기도뿐만 아니라 재판을 앞두고도 종종 기도를 합니다. 대부분은 “오늘 재판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지혜의 성령께서 함께하여 주소서.”라고 기도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오늘 사건 꼭 승소하게 해 주소서!”라고 대놓고 뻔뻔하게(?) 기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런 기도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변호사에게 있어 중요하지 않은 사건은 없지만, 유독 더 신경이 쓰이는 사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 전 그날의 사건이 그랬습니다. 청구취지 금액도 상당히 크고, 상대방 변호사와의 법리 공방도 매우 치열하게 이루어져 난도가 꽤 높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하느님, 저 이 사건 꼭 이기고 싶습니다! 승소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제 변론을 마치고 상대방 변호사의 반박 변론을 듣기 위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그 변호사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묵주반지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따라 왜 그리 그 묵주반지가 제 눈에 크게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재판을 마치고 법정에서 나오는데, ‘상대방 변호사도 나처럼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하느님께 꼭 승소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을까? 그랬다면 과연 하느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실까? 하느님도 참 피곤하시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판에서 승소하게 해달라’는 식으로 각자의 이익을 위해 무언가를 구하는 청원기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날 이후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 조금 더 올바른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다가 마침 법률가의 수호성인인 ‘성 토마스 모어에게 드리는 변호사의 기도문’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도문 중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문구는 ‘하느님의 영광과 그분의 정의를 추구하며 기도합니다’, ‘의뢰인에게 충실하고, 모든 이에게 정직하고, 상대방에게 예의 바르며, 언제나 양심에 깨어 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오늘 하루 승리에 집착하려다가 제 영혼을 잃는 일이 없게 하소서’, ‘그들의 좋은 종이 되되, 하느님의 종이 먼저 되게 하소서.’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 기도문을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에 붙여 놓았습니다. 기도문을 계속 보다 보니 올바른 청원기도란 단순히 무언가를 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요구가 하느님의 뜻에 부합하기를 바라고 결국 하느님의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것(마태 26,39 참조)이라고 이해되었습니다. 아직은 부족하고 나약한 신앙인이기에 여전히 기도 중에 승소를 바라는 제 마음을 스리슬쩍 표현하기는 합니다만 그 정도는 하느님께서 애교로 바라봐 주실 것으로 믿고, 앞으로는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기도하려고 합니다. 

“하느님, 이 사건에서 승소하기를 원하오나 오로지 당신 뜻대로 하소서. 그럼으로써 당신의 영광과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