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이 읽어보셨을 수 있는, 故 박경리(테레사)님의 시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를 나눠봅니다.
당신께서는 언제나
바늘구멍만큼 열어주셨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이제는 안 되겠다
싶었을 때도
당신이 열어주실
틈새를 믿었습니다
달콤하게 어리광부리는 마음으로
어쩌면 나는
늘 행복했는지
행복했을 것입니다
목마르지 않게
천수(天水)를 주시던 당신
삶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땅에서 하느님을 믿고 순교를 통해 성인품에 오른 신앙 선조들을 기억합니다. 올해, 김대건 신부님이 남긴 21편의 서한을 다시 읽으면서, 저에게 조금 더 와닿았던 한 대목도 함께 소개합니다.
“마지막 박해(1839년 기해박해)가 4년 이상 계속되었습니다. … 신자들은 예전보다도 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자들의 집이라는 것이 알려지기만 하면 포졸들이 즉시 그 집을 점거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뿐 아니라 신자들은 모진 박해를 당하고 난 후라 맥이 빠지고 열성이 식어 대다수가 냉담자들이 되었는데 예전과 같은 열성적 상태로 돌아올 희망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또다시 전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신자들은 점차 열성이 오르고 그 수도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배교자들이 참회하고 하느님께로 돌아오고 있습니다”(열한 번째 서한. 1845년 4월 6일).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로마 4,18)라는 로마서의 한 구절처럼, 김대건 신부님은 우리 신앙 선조들이 ‘희망을 거슬러 희망하며’(직역)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께 돌아오고, 하느님과 함께 살았음을 목격하고, 우리에게 전해주셨습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바늘구멍’, ‘틈새’처럼 보이는 하느님의 사랑을 희망하고, 작은 틈을 통해서도 전해지는 하느님의 은총(천수 天水)에 감사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셨을 것입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하느님에 대한 희망을 찾고 살아가려는 우리를 위해, 신앙선조들은 김대건 신부님이 남기신 마지막 말씀을 함께 전하며 오늘도 하늘에서 기도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내 입으로 너희 입에 대어
사랑을 친구(親口)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