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시작은 혈연이 아닌 ‘사랑’입니다.”
- 『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배은희)
위의 책은 위탁가정 이야기입니다. 위탁가정이 입양과 다른 점은, 입양은 아동의 친권을 포기하고 입양 부모의 호적에 입적시켜 친자녀로 양육하지만, 위탁가정은 친가정 복귀를 목적으로 합니다. 위탁부모는 아이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이전하여 동거인의 자격으로 아이를 양육합니다. 위탁부모는 ‘이별’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가정위탁제도’는 5년마다 갱신되는데, 원가정이 회복되면 아이는 언제라도 돌아가야 합니다(현재 전국에 1만 2천여 명의 위기아동이 위탁가정을 필요로함).
저자는 세상의 편견과 오해 속에서도 위탁가정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아이뿐만 아니라 자신도 아이에게 위탁하여 사랑을 배웠고, 그 시간을 통해 가족의 시작은 혈연이 아니라 사랑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가 가장 본질적인 것을 놓치지 않는다면 저마다의 부족함이 있을지라도, 어떠한 한계가 있을지라도 올바른 길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도 이런 맥락으로 바라봅시다. 우리가 외적인 것에만 집중하여 복음을 바라보면 기적을 일으키신 주님의 능력만 보이겠지만, 그 내면에는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신 주님의 마음이 가득합니다. 복음에서 사람들은 예수님을 보고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마르 7,37) 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그분께서 한 번도 우리를 잊지 않으셨고, 우리를 한결같이 사랑하셨다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기적의 시작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입니다. 여기에 주님의 초대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일화는 절대 내가 할 수 없는 주님의 일이 아니라, 내가 마음에 사랑을 가득 담는다면 나에게서도 기적이 시작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만약 우리가 원한다면 주님께서는 당신 사랑을 무한히 베푸실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주님께 청하고 그 사랑을 마음에 담을 수 있을까요?
마음에 사랑을 채우기 위해 많은 것이 있겠지만, 저는 ‘예수님을 자주 바라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호기심을 갖고 그분을 바라보고 그분을 따라가면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마음에 사랑을 담게 됩니다. 그분이 누구이신지 조금씩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받기 때문입니다. 주님께 의탁하고 주님을 사랑할 때 우리는 기적의 시작이 사랑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한 주, 사랑 실천에 대한 부담감은 내려두고 먼저 예수님을 따라가는 데에 힘써봅시다. 그분과 함께하는 시간은 우리를 자연스럽게 사랑의 길로 이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