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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제일 더운 곳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8-09 11:17:04 조회수 : 213

작년 이맘때쯤 무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저는 저녁 미사 전, 고해소에 들어갔습니다. 평소보다 더운 날씨 탓에 뜨거운 열기가 조그만 고해소 안에 가득 찼습니다. 미사 시작 전부터 지쳐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수단은 왜 이리 무겁고 부담스러운지, 괜히 예수님께 투덜거리고 싶었습니다. 


미사가 시작되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영성체 시간 전 성체를 모셔 오기 위해 감실 문을 열었을 때,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감실 안이 ‘찜질방’ 같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계셨던 것처럼, 그분께서는 성당 가장 더운 곳에서 우리를 위해 가장 겸손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고해소가 덥다고 얼굴을 찌푸린 제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분께서 내어주신 생명의 빵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저를 위해 어떠한 불편함도, 어떠한 고통도, 어떠한 시련도 기꺼이 받아내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분께서 내어주신 당신 생명의 빵은 ‘갈 길이 먼’(1열왕 19,7) 제가 힘을 얻어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랑’ 그 자체였습니다. 


부족한 제가 당신을 찾고 당신 안에서 기뻐할 수 있도록, 모든 순간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는 그분께 깊은 감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저의 부족함을 뚫고 사랑을 전해주는 분이십니다. 새삼 미사 경문의 한 구절이 가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당신께 합당치 않은 제가 조건 없이 초대받고 용서받고 치유받았다면,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제2독서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에페 5,2). 


주님께서는 우리가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말고 서로 용서하며 사랑하길 바라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 하시지 않고, 우리를 위해 우리가 서로 사랑하길 바라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가 당신의 사랑을 닮아가길 원하십니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좌절하겠지만 주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놓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지쳐 쓰러진 엘리야에게 음식을 주시고,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하신 것처럼, 그분께서는 당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건네시며 우리가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사의 은총을 다시금 깊이 되새기며 주님과 함께 사랑으로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