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시자, 사람들은 예수님을 억지로 왕으로 모시려 들었습니다(참조: 요한 6,15).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세상의 왕으로 모시려는 사람들을 피해 떠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피해 떠나가셨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예수님을 찾아다녔고, 드디어 호수 건너편에서 예수님을 발견했습니다. 그러고는 예수님께 자신들이 얼마나 예수님을 찾아다녔는가를 알리며 예수님을 원망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배고픔(=물질의 부족, 병의 치유)’을 해결해 주는 대상으로 당신을 찾아다닌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시면서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하시고, 당신께서 진정으로 주시려 하는 ‘생명의 빵(=천국)’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4년, 한국천주교 설립 2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신자들의 의식을 조사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설문 중에 ‘왜 당신은 신앙을 갖게 되었으며 무엇 때문에 성당에 다니십니까?’라는 문항이 있었습니다. 답은 ㉮ 건강 ㉯ 재물 ㉰ 마음의 평화 ㉱ 천국(영원한 생명) 순으로 제시해 주었습니다. 신자들이 가장 많이 표시한 순서는 설문대로 ㉮ 건강(1위) ㉯ 재물(2위) ㉰ 마음의 평화(3위) ㉱ 천국(4위) 이었습니다. 천국을 선택한 사람이 20%가 안 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오늘날 천주교 신자들의 주일미사 참례율로 나타나고 있는데, 본당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20% 전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천국’을 선택한 사람들은 주일미사를 거르지 않고 꾸준히 참여하지만, ‘건강, 재물, 마음의 평화’를 선택한 사람들은 주일미사를 수시로 거르게 됩니다.
자신들을 배불리 먹이신 예수님을 애타게 찾아 억지로 왕으로 모시려 했던 군중들의 모습을 보면 바로 오늘날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성당에 다니며 하느님을 믿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세상의 배고픔(=물질의 부족, 병의 치유)’을 하느님께서 해결해 주시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복을 바라는 마음(=기복신앙)’을 갖고 세례를 받아 신자가 되었던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얼마 안 가서 냉담을 하거나 아예 성당을 떠나는 경우를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주시고자 하시는 것은 ‘세속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물질’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생명의 빵’임을 우리 모두 기억하면서, ‘생명의 빵(=천국)’을 추구하는 신앙인들이 되도록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