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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는 가 그리 복잡해요?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8-02 09:49:10 조회수 : 306

어느 날, 재판이 있어 교구 법원에 도착하니 공증관 자매님께서 “신부님, 이번엔 좀 조심하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귀띔을 해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오늘 오실 분이 법원에 미리 전화하셔서 이러저러한 불평불만을 늘어놓으셨다는 겁니다. 그래서 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책상에 앉아 소송 서류를 읽고 있으니, 중년 남성 신자분이 오셨고, 약간 불만이 섞인 모습으로 제 맞은편에 앉으셨습니다.

“신부님, 천주교도 이젠 변해야 합니다! 이렇게 까다롭게 하면 바쁜 사람들 다 떠나갈 겁니다. 그냥 이혼했으면 됐지,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합니까? 불교나 개신교나 다른 종교들도 이렇게까지 안 하는데 천주교는 뭐가 그리 복잡해요?”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였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들으니 다소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먼저,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신앙생활을 위하여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불만을 표현하시더라도 교회를 걱정하시고 신앙을 소중히 여기시기 때문에 어려운 시간을 내서 법원까지 오시는 것이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이미 교회를 떠나서 여기까지 올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형제님, 이것이 바로 천주교가 참된 교회라는 증거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있는 그대로 믿고 지금까지 실천하는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9)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예수님 믿는다는 다른 종교에서는 이혼으로 둘 사이를 사람이 갈라놓지 않습니까? 가톨릭교회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가장 잘 지키는 교회입니다. ‘이것은 내 몸이다, 이것은 내 피다.’라는 예수님의 말씀도 곧이곧대로 믿고, 성체와 성혈을 정말로 예수님의 몸과 피라고 믿으며 받아 모시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말씀을 드리니 어느 정도 이해하신 듯, 더는 불평하지 않으시고 혼인 무효 소송에 필요한 질문에 성실하게 응답을 잘 해주셨습니다.


사실 교회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분들은 지난 혼인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셨기 때문에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또한, 천주교의 혼인법은 왜 그렇게 복잡하고 절차가 많은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법과 제도가 모두 혼인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더욱 철저히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교회도 신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뜻에 따라서 소송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따라서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주저하지 마시고 교회 법원을 방문하시어 예수님의 가르침을 함께 열심히 지켜가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