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냐시오’는 ‘타는 불’이란 뜻입니다. 이냐시오(1491~1556)성인은 가톨릭교회의 ‘꺼지지 않는 불’이었습니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그는 열다섯 살에 기사가 되기 위해 왕실 고위 관직에 있는 사람 밑에 들어가 궁정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냐시오는 신앙보다는 쾌락과 명예를 좋아했습니다. 이냐시오는 자신의 상관이 죽자 궁정을 나와 입대했고, 반란이 일어난 어느 지역에 투입되었습니다. 이냐시오는 전투에서 포탄을 맞아 다리가 부러져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입원한 병원에서 『그리스도의 생애』와 『황금전설』라는 두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황금전설』은 성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특히 성 프란치스코와 성 도미니코 이야기는 그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냐시오는 그들과 같은 성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이냐시오는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영적 환시를 경험했습니다. 성모님이 아기 예수님을 안고 나타나셨는데, 죄 많은 자신에게 성모님이 나타나신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광이었습니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반성한 그는 ‘오직 하느님의 영광만을 위해 살겠다.’라고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검은 성모상’으로 유명한 몬세라트 수도원으로 갔습니다. 이냐시오는 성모상 앞에서 기사 갑옷을 벗고 순례자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만레사 동굴’로 들어가 그곳에서 열 달 동안 기도하고 단식하며 살았습니다.
이냐시오는 서른 살 늦은 나이에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했습니다. 후에 프랑스 파리에서 철학과 예술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사제가 된 이냐시오는 자신의 영적 체험을 바탕으로 『영신 수련』이란 책을 썼습니다. 많은 사람이 영신 수련을 배우러 왔고, 그는 그 모임의 이름을 ‘예수님의 친구들(예수회)’이라 지었습니다. 이냐시오는 ‘예수회 회칙’을 만들었습니다. ‘영신 수련’과 ‘예수회 회칙’은 이냐시오가 세상에 남긴 가장 큰 업적입니다. 예수회는 철저하게 상명하복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예수님이 하느님께 철저하게 순명했기에 ‘순명’을 가장 고귀한 가치로 삼았습니다. 순명하면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예수회는 세계 곳곳에 대학을 설립했습니다. 우리나라 서강대학교도 예수회가 설립한 대학입니다.
이냐시오는 교회학자도 아니었고, 저술가도 아니었으며 순교자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서 하느님을 발견한 성인이었습니다. 이냐시오는 눈물이 많았는데, 그가 쓴 일기에는 눈물을 흘린 날들이 수없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발견한 날들이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보았을 때, 미사를 드릴 때, 기도할 때, 일할 때, 심지어 별을 바라보았을 때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눈물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고귀한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