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한국인에게는 참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의 작은 눈으로 관찰해 보면, 우리 한국인의 휴가는 평상시에 가보고 싶었던 곳을 최저가로 찾아가 최적의 숙소를 탐구하여 자리 잡고 짐을 푼 다음, 유명한 곳을 끊임없이 탐험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진을 찍으며 평소보다 더 열심히 활동을 하고, 저녁 무렵에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와서, 내일도 활기찬 하루를 기약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활동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물론 그러다가 포만감이 찾아오면, 다가올 다이어트를 걱정하여 노래를 부르며 체중 감량을 하다가, 문득 찾아온 공복감에 라면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휴가도 ‘열심히’ 잘 보냅니다. 때로는 너무 열심히 놀기도 합니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하는 사람’ 같은 이미지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우리 한국인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놀려고 합니다. 그런데 노는 것과 쉬는 것은 다릅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가 있지만, 열심히 놀았던 당신도 쉴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노는 것과 쉬는 것은 구분이 필요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놀아라.’라고 하시지 않고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라고 하십니다.“외딴곳”은 인적이 없는 따로 떨어져 있는 어떤 장소를 뜻합니다. 다른 의미에서 ‘광야’하고도 같습니다. 그리고 광야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하느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마태 6,7)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에도 ‘너무 열심히’ 기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주일 만큼은 하느님의 품에 안겨 잠을 자듯 푹 쉬시기 바랍니다. 집에서 편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바라보며 그분께 포근히 몸을 맡겨 드립시다. 어느 날, 동생에 대해 불평하는 마르타에게 예수님께서는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루카 10,42) 하고 말씀하십니다. 마리아가 한 일은 그저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루카 10,39) 있었던 것 뿐입니다.
즐거운 휴가철입니다. 행복한 휴가 보내기를 바라며, 우리의 영혼을 위해 오늘 주님의 복음 말씀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