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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1-11)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1-18 16:05:04 조회수 : 548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1-11)


여성 알코올 중독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예수님 앞에서 간음한 여자를 돌로 쳐 죽이라고 아우성치던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여성 음주에 매우 관대해졌지만, 정작 중독 문제가 생겼을 때 여성을 향한 편견과 비난은 냉혹하기 때문입니다.

20053.4%에 불과하던 여성 고위험 음주율이 2018년에는 8.4%로 높아진 것처럼, 여성 알코올 중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합니다. 여성에게 술을 권하고, 여성이 술을 잘 마시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흠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술은 결코 남녀에게 평등하지 않습니다. 술이 여성에게 더 해롭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알코올 분해효소는 남성의 절반 수준이고, 체내 수분 비중도 낮아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분해하는 속도나 능력이 떨어집니다. 간질환을 포함한 신체질환은 여성에서 더 쉽게 악화되고 생존율도 낮습니다. 월경전 증후군, 조기폐경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임신 중 산모가 술을 마시면 태아 알코올 증후군 같은 기형의 원인이 됩니다.


여성이 자주 술을 마시면 중독으로 진행되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 우울증, 불면증을 술로 견디려다 중독에 빠진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병원에 가기는 꺼려지고, 쉽고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술은 치료제가 아니라 뇌를 억제하고 마비시키기 때문에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뜨리고 맙니다. 우울증은 깊어지고 중독만 남아 술을 먹지 않고는 잠을 이루기조차 힘들어집니다.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을 조절하는 데에 조금 더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이 힘겨울 때 술에 기대는 것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현재 중독 문제를 겪고 있다 해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한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중독과 우울증 증세를 상당 수준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여성을 위해 특화된 정신·심리기법들이 체계화되어 있으며 낮병동, 개방병동 등의 존엄성을 지키며 참여할 수 있는 치료시스템도 구축되었습니다.


여성에게 술 마실 권리가 있다면, 당연히 치료를 받고 희망을 찾을 권리도 있습니다. 비난은 상처를 곪게 할 따름입니다. 당사자가 용기를 내고, 가족은 이를 지지할 때, 주님께서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도록 하시리라 믿습니다. ”


| 하종은 테오도시오(카프성모병원 병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