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원에서 흔히 보는 수국은 인간의 기준에서 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량한 종입니다. 원래의 수국을 살펴보면 가짜 꽃과 진짜 꽃이 있습니다.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한 크고 화려한 꽃이 있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작은 꽃’이 따로 있습니다. 작은 꽃은 우리 눈에 볼품없어 보이지만, 수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작고 볼품없는 진짜 꽃에 있습니다(신혜우, 『식물학자의 노트』 참고).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외적인 어떠한 것도 지니지 말고 최소한의 조건으로 길을 나서라고 명령하십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복음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외적인 어떠한 것도 복음의 가치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곧 예수님 말씀의 초점은 복음을 전하러 떠나는 제자들의 외적인 조건이라기보다, 복음을 전하는 일에 ‘복음 말고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이 얼마나 외적인 것에 휘둘리는지 잘 알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복음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복음을 전달하는 ‘방식’과 외적인 나의 ‘조건’에 집중할 때가 많습니다. 만약 나 자신이 복음을 사랑하고 복음에 희망을 두고 있다면, 남들보다 말을 잘하지 못해도 남들보다 재주가 없어도 복음을 전하는 예수님의 제자로 충분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마음, 누군가에게는 볼품없고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 마음으로 복음을 전한다면 우리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장면을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복잡한 생각, 불안한 마음을 잠시 내려두고 복음만으로 주님과 함께 기쁨의 한 주 보내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에페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