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성당에 들어가면 무엇을 가장 먼저 보시나요? 제단의 넓은 벽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십자가를 보시나요? 아니면 그리스도의 현존을 나타내는 감실의 빨간 등불이나 아름답고 자비로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조각된 성모 마리아상을 보시나요?
이 모든 것이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당 중앙에 위치한 ‘제대’(Altaris)입니다. 특히 제대를 가리키는 라틴어 ‘Altaris’는 ‘높다.’라는 뜻을 지녔는데, 그래서인지 제대는 신자석보다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신자들의 눈에 잘 보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천국을 향하여 최대한 높이 올라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제대는 하느님께 경신례를 드리는 특별한 장소이고 성당의 가장 중요한 장소입니다.
그렇다면 왜 제대는 성당에서 가장 중요할까요? 제대는 자기희생을 통해 구원 사업을 완성하신 그리스도를 가시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십자가’라는 제대에서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실 희생 제사를 기념하는 예식을 ‘만찬의 형식’으로 제정하시고, 우리에게 거룩한 식탁에 둘러앉아 그 만찬을 거행하게 하셨습니다. 제대에서 우리는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거행하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십니다. 그러므로 제대는 본질적으로 희생 제사가 이루어지는 제사상이자 파스카 만찬이 이루어지는 잔칫상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제대에서 그리스도의 표상을 발견할 수 있으므로, 오래전부터 교회의 교부들은 “제대는 그리스도이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참조: 제대 봉헌 예식, 3-4항).
또한, 제대는 축성 성유의 도유로 그리스도의 표상이 됩니다. ‘그리스도’라는 이름이 ‘기름부음 받은 이’라는 뜻을 지닌 것처럼, 제대를 봉헌할 때 그리스도의 오상을 상징하는 제대의 정중앙과 각 모서리 등 다섯 곳에는 기름을 부어 성별합니다. 그러므로 “제대는 그리스도이시다.”라는 표현은 합당하고 올바릅니다. 부활 감사송도 이것을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드러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몸을 바쳐 옛 제사를 완성하셨으며 저희 구원을 위하여 자신을 아버지께 맡기시어 사제요 제대이며 어린양이 되셨나이다(부활 감사송 5).” 신비체인 그리스도께서 ‘참제대’라면 그분의 지체이자 제자인 우리도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영적 제대”(제대 봉헌 예식, 2항)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제대는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기념하고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게 함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제대는 하느님과 우리를 연결해 주는 그리스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