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암 병동에서 근무한 지 8년째 되던 해 여름이었습니다. 그때 저의 큰아이가 ADHD 진단을 받았고, 제가 일하는 병동에서는 하루 이틀 간격으로 환자들이 돌아가셨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으며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이마에 항상 내 천(川)자를 그리고 다녔습니다.
살기 위해 숨 쉴 구멍을 찾았습니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성당. 주보 뒷면 에서 ‘의왕 본당 청년회 여름 피정’이라는 안내를 보았습니다. 왠지 하느님의 초대장 같아 바로 신청했습니다. 청년의 나이는 아니었지만(훌쩍 넘었지만), 새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무언가에 미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미쳤었던, 잊지 못할 1박 2일을 보냈습니다.
주님과 휴가를 함께 보내면서 ‘아, 역시 주님께서는 살아계시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긴 냉담과 현실 속에서 제 아들과 환자들에게 지었던 죄를 눈물로 뱉어내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 주셨음에 감사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도 이 사진을 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주님께로 돌아가 신앙 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그리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큰 힘이 되어준 청년회와 본당 신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