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는 예수님께서 자신의 고향인 나자렛을 찾아가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자렛을 방문한 예수님께서는 다른 고을에서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 사람들을 가르치시지만, 사람들은 “저 사람은 목수로서 마리아의 아들이며, 야고보, 요세, 유다, 시몬과 형제간이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우리와 함께 여기에 살고 있지 않는가?” 하면서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라고 하시고, 당신을 불신하는 고향에서 몇몇 병자에게 손을 얹어서 병을 고쳐 주시는 것 외에는 아무런 기적도 행하지 않으십니다.
많은 이에게 존경과 인정을 받던 예수님께서 고향 사람들에게는 환영을 받지 못한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예수님께서 미천한 목수의 아들이었고 별 볼 일 없는 집안 출신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예수님이 명문가 출신이고 예수님의 부모가 마을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분들이셨다면 고향 사람들이 예수님을 불신하고 무시할 수 있었을까요?
인류의 구원을 이루기 위해 이 땅에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신 예수님께서는 세속적인 면에서 다른 이들에게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하고 바치신 요셉 성인과 성모님을 부모로 선택하셨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줍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구원사업의 동반자로 선택하신 요셉과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하셨던 분들입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잉태하면 그 당시 율법에 따라 돌로 맞아 죽는 형벌을 당하게 될 것을 아는 성모님이셨지만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며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시면서 예수님의 잉태를 받아들이셨습니다. 또한, 약혼녀 마리아가 다른 이의 아이를 잉태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요셉은 마리아와 조용히 파혼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라고 일러주자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여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2000년 전 당신 구원의 협조자로 마리아와 요셉을 선택하신 하느님께서는 오늘날 우리를 이 세상에 복음을 선포할 일꾼으로 부르시며 당신 구원사업의 협조자로 초대하십니다. 우리가 비록 다른 이들에게 내세울 능력과 재능이 부족하더라도 우리를 당신의 일꾼으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뜻에 “예. 알겠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당신의 뜻에 따라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라며 순종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 구원의 협조자요 복음 선포의 훌륭한 일꾼으로 삼으신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