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연감(Annuario Pontificio)」에 따른 교황님의 공식 호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로마의 주교(Bishop of Rome)
2.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Vicar of Jesus Christ)
3. 사도들의 으뜸 후계자
(Successor of the Prince of the Apostles)
4. 보편교회의 최고 대사제
(Supreme Pontiff of the Universal Church)
5. 이탈리아 교회의 수석 주교(Primate of Italy)
6. 로마관구의 관구장 대주교
(Archbishop and Metropolitan of the Roman Province)
7. 바티칸 시국의 원수
(Sovereign of the Vatican City State)
8. 하느님의 종들의 종 (Servant of the servants of God)
교황님을 수식하는 각각의 호칭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마지막으로 열거된 여덟 번째 호칭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교황은 ‘바티칸 시국의 원수’,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와 같은 명예와 권력의 정점에 계신 분일지 모르지만, 신앙의 눈으로 본다면 교황은 명예와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 하느님의 양들을 이끌고 섬겨야 하는 가장 낮은 자리에 계신 분입니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8).
예수님의 말씀을 지키기 위해 교황님께서는 끊임없이 기도하십니다. 교회를 위해,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위해, 환난과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위해, 세상을 위해 기도하십니다.
지난 주님 승천 대축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를 통해 2025년 희년을 공식 선포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너무나 많은 절망으로 가득 찬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그리스도에게 우리의 마음을 올려 드리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서도 우리의 마음이 두려움과 어둠이 아니라, 진실과 선, 아름다움과 빛으로 가득 차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교회는 언제, 어디에서나 그리스도를 우리의 희망으로 선포해야 하는 사명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최선봉에 서 계시는 분이 바로 교황님이십니다. 권력과 명예가 아니라, 희망과 복음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뒷자리에 머물러 계십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지치지 않는 열정과 희망을 내려 주시기를 청합니다. 교황 주일을 맞는 오늘,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해 모두 함께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