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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함과 강인함의 대명사,베드로 성인(축일 6월 29일)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6-21 09:47:28 조회수 : 307

거장 카라바조가 그린 성 베드로의 순교라는 작품에는 네 사람이 등장합니다. 한 사람은 주인공인 베드로, 그의 손과 발에는 못이 박혀있습니다. 못 박힌 곳에선 붉은 피가 흘러내립니다. 세 명의 사형집행인이 무거운 십자가를 들어 올립니다. 한 사람은 무릎을 꿇고 등으로 십자가를 받쳐 올리고, 다른 사람은 십자가를 팔로 부둥켜안아 올리고, 또 다른 사람은 십자가를 줄로 묶어 올리고 있습니다. 거꾸로 매달린 베드로의 표정은 강렬합니다.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베드로는 스승과 같은 모습으로 십자가에 못 박힐 수 없다며 거꾸로 매달려 죽기를 원했습니다.

 

베드로는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동생 안드레아와 함께 그물로 물고기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다가 그를 부르셨습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그러자 형제는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예수님의 첫 제자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소설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가 지은 나의 예수라는 책에는 갈릴래아 호숫가를 언덕에서는 양 떼가 풀을 뜯고 있고, 유칼립투스 숲이 끝없이 이어지고, 숲에서는 바람이 불어오고, 들에는 노란색의 국화와 빨간색의 개양귀비꽃이 피어있으며, 호수 위에는 고기잡이 배가 떠있는모습으로 묘사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베드로는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성경은 베드로의 나약한 모습과 강인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나약한 모습으로는 예수님 말씀대로 깊은 곳으로 가 고기를 잡아 올렸을 때 두려움에 떨며 떠나 달라던 것’, ‘예수님께서 물 위로 걸어오라고 하셨을 때 물 위를 걷다가 무서워 물에 빠져 구해달라던 것’, ‘예수님께서 죽임을 당했다가 사흗날에 되살아난다고 말씀하셨을 때 말도 안 된다며 반박하던 것’, ‘예수님께서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이나 묻자 슬퍼하던 것’, ‘예수님께서 겟세마니 동산에서 밤새 기도하고 있을 때 깨어있지 못하고 잠자던 것’, ‘닭이 울기 전에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고 슬피 울던 것입니다.

 

반대로 강인한 모습으로는 성전 경비병들이 예수님을 붙잡으려고 하자 칼로 대사제의 종을 내려친 것’, ‘주간 첫날, 여자들이 사도들에게 와서 예수님의 무덤에 돌이 치워졌다고 말했을 때 제일 먼저 달려간 것’,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대중 앞에 나서서 세례를 받고 죄를 용서받으라고 힘차게 설교한 것’, ‘불구자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말한 것’, ‘최고 의회에서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하게 증언한 것입니다.

 

베드로는 인간으로서는 나약했으나 사도로서는 강인했습니다. 인간적 나약함이 사도적 강인함을 등에 업으면 죽음도 두렵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