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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24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담화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1-10 조회수 : 833

2024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공동 담화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루카 10,27)



 

해마다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맞이하여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교파와 이미 맺고 있는 친교를 드러내고, 우리 모두 하나가 되기를 바라셨던(요한 17,20-23 참조) 예수 그리스도의 지향대로 완전한 일치를 위하여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올해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자료집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교회의 슈망 네프 공동체(Chemin Neuf Community: CCN)1)의 도움을 받아 준비하였습니다. 부르키나파소는 2016년 국외에서 시작된 지하드파의 공격이 국내로 확대된 이래로 현재 심각한 안보 위기를 겪고 있으며, 특히 그리스도교 교회들은 공공연하게 무장 테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생활을 비공개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부르키나파소의 그리스도인, 무슬림, 토속 종교 신자들 사이에 연대의 기운이 생겨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부르키나파소-니제르 주교회의의 ‘그리스도인과 무슬림 간 대화 위원회’는 다른 종교와 연대를 하는 것을 목표로 종교 간 그리고 인종 간 대화와 협력을 지원하는 데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툼의 본질이 무엇이고 얼마나 오래가든 화해의 때는 오기 마련이다.”라는 모시족2)의 속담처럼, 부르키나파소의 그리스도인들은 하나가 되게 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분열을 가로질러 일치의 길을 가고자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우리는 하느님 사랑의 체험에서(요한 3,16 참조) 우리의 공통된 정체성을 찾고, 서로 사랑함으로써 그 정체성을 세상에 드러냅니다(요한 13,35 참조). 올해 일치 기도 주간의 주제 성구인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루카 10,27)라는 말씀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사명을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하느님 사랑을 이야기하는 신명기 6장 5절과 이웃 사랑을 강조하는 레위기 19장 18절에서 드러나는 전통적인 유다교 가르침 또한 올해 주제 성구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29)라는 물음에서 알 수 있듯이, 율법 학자들 사이에서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대상의 범위는 늘 논란거리였습니다. 유다인들은 외세의 침략을 받으면서 점차 특정 지파에만 사랑의 계명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하기에 율법 교사가 예수님께 드린 질문은 그 자체로 도발적이었습니다.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예수님께서는 율법 교사가 예상한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로써 답하십니다. 실제로 수많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쟁, 국제 관계의 불균형, 서구 열강이나 다른 외부 세력이 강제하는 구조에 순응하여야 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은 또 다시 우리 자신에게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고 묻게 합니다. 나아가 이웃을 사랑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꺾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다름에 개의치 않고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착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이들이 모두 하나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인들은 희망을 잃거나, 일치를 위하여 기도하고 일하기를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던 교회들 사이의 상호 이해 부족과 서로에 대한 의구심은 교회 일치를 위한 여러 교회의 참여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교회 일치 운동이 교파의 정체성을 잃게 만들고, 교회의 ‘성장’을 가로막을지 모른다고 우려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와 교회들 사이의 경쟁 의식은 오히려 예수님의 기도를 거스르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동안에 우리 모두 주님께서 그동안 있었던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시고, 그리하여 우리가 확신과 희망으로 교회 일치의 길을 걷게 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려는 노력은 때때로 가치관 상실과 인류애의 공동 인식을 상실, 공동선과 정직, 청렴, 애국심에 대한 관심의 저하로 방해를 받았고, 영적인 메마름과 손쉬운 이득의 추구로 약화되어 왔습니다. 부르키나파소 교회의 특수한 상황은 사랑을 기초로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합니다. 부르키나파소의 교회들은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신 대로 참으로 서로 사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때로는 문화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그 입장이 갈려 비우호적이거나 적대적으로 살아가는 사마리아인과 유다인의 관계와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끊임없는 불화가 자신들을 해치고 있음을 깨닫고, 치유의 기름과 포도주를 서로의 상처에 부어 줄 수 있도록 교회 일치를 위한 사랑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교회의 교부들은 때때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나오는 여관을 교회의 표상으로 해석하였습니다. 2024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동안, 사마리아인이 다친 이를 여관으로 데려갔던 것과 같이 모든 그리스도교 교회가 이 세상의 상처 입고 곤궁한 이들에게 봉사할 사명이 있음을 되새기며, 이 사명이 당신 백성을 위한 하느님의 선물, 곧, 일치를 향한 길임을 깨닫는 귀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1월 18일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한국천주교회      이용훈 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종생 총무

한국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대한예수교장로회      김의식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철 감독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      전상건 총회장

한국구세군군국      장만희 사령관

대한성공회      이경호 의장주교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윤창섭 총회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우시홍 총회장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은섭 총회장

 


1) 슈망 네프 공동체는 ‘교회 일치’라는 소명을 이루고자 만들어진 가톨릭 공동체로서, 1973년 프랑스 리옹에서 로랑 파브르(Laurent Fabre) 신부가 설립하였으며, 오늘날까지 5개 대륙에 걸쳐 그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 공동체는 이냐시오 성인의 영성과 성령 안의 삶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나라와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혼인한 부부, 축성 생활을 하는 형제자매들, 미혼 또는 독신 남녀, 그리고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 복음주의 교회 등 갈라진 그리스도교 형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2) 모시족은 부르키나파소 내의 여러 부족들 가운데 구성원 규모가 가장 큰 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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