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원교구장 2023 주님 부활 대축일 메시지
“희망 속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로마 12,12)
†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1.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로마 8,24).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주님의 무덤에 다녀온 제자들이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교회는 오늘,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의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우리의 생명을 되찾아 주신(부활 감사송1 참조)’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며 기뻐합니다. 우리도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여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로마 5,2)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현세의 고난과 시련은 우리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지만, 우리는 인내하며 기다립니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로마 8,24-25 참조).
2. 신앙생활의 중심인 전례와 성사
오랫동안 지속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 사회에 많은 고통과 상처를 남겼습니다. 교회 공동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많은 신자를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였지만, 신앙생활에서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뿌리를 내려 우리 자신을 굳건히 세우고 믿음 안에 튼튼히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콜로 2,7 참조). 그리고 새로운 결심과 다짐으로 정성을 다해 전례와 성사에 참여해야 하겠습니다. 전례와 성사는 단순한 예식적 절차나 형식이 아닙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친히 활동하시며 우리가 지닌 희망을 일깨우는 영적 양식입니다. 사제는 전례와 성사 집전으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성화하도록 인도합니다(사제 직무와 생활 지침 89항 참조). 그리스도인은 전례와 성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신앙을 키우고 자신과 세상의 성화에 투신할 힘을 얻게 됩니다.
3. 어려운 이웃을 향한 마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과 폭력, 자연재해 등으로 수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과 마찰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 양극화와 부정부패,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등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상황을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는 오늘, 희망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시다. 고통받는 이의 울부짖음에, 절망 섞인 한숨 소리에 귀를 기울입시다. 그리고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그들에게 다가가 이웃이 되어주고, 그들에게 참된 희망이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줍시다. 우리는 바로 그 희망과 사랑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파견되었기 때문입니다.
4. 부활의 희망
이레네오 성인은 그리스도의 육체가 부활한 것과 같이 우리의 육체도 주님의 권능으로 부활하게 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이레네오, 이단자 반박 V,7,1 참조). 우리는 희망을 간절히 바라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희망을 전하기 위해 새로운 구원의 희망으로 무장해야 합니다(1테살 5,8 참조). 그 희망은 시련과 환난 없이 값싸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내와 기도 안에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희망 속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로마 12,12). 일상에서 다가오는 수고와 어려움, 반대로 점철된 현실을 피하지 말고 직시할 때입니다(2023년 사순 시기 교황 담화 참조). 고통과 시련으로 점철된 세상 한가운데서 주님의 사도로서 담대하게 부활의 증인이 되어주십시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죄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 모두에게 내리기 바랍니다. 이로써 우리 가운데 고통받는 이들과 온 세상에 희망의 불이 지펴지기를 바랍니다.
수원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3년 4월 9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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