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교황령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
(Pascite Gregem Dei)
교회법전 제6권의 개정에 관하여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 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1베드 5,2). 베드로 사도가 영감을 받아서 한 이 말은 주교 서품 예식에서 다음과 같이 반영됩니다. “성부께서 파견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성령의 능력을 가득히 부어 주시며 열두 사도들을 친히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사도들은 복음을 선포하고, 모든 민족들을 한 우리 안에 모아 거룩하게 하며 다스리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교의 지혜와 슬기로 지상 여정에 있는 여러분을 영원한 행복으로 이끌어 주십니다”(『주교, 사제, 부제 서품 예식』, 39항) 그러나 목자들은 “조언과 권고와 모범으로 또한 권위와 거룩한 권력으로”(교회 헌장 27항) 자기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사랑과 자비는 아버지라면 때때로 발생하는 잘못된 것들 또한 바로잡으려고 힘쓰도록 요청하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순례길을 걸으면서 사도 시대 때부터 행동 법률들을 마련하였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 행동 법률들은 응집력 있는 총체적인 규범들을 형성하였습니다. 이 규범들은 하느님 백성을 일치시키기 위하여 준수되어야 하고 그 준수에 대한 책임은 주교들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이 규범들은 우리 모두 고백하는 신앙을 반영하고, 그 신앙에서 구속력이 나오며, 그 신앙에 근거하기에 교회의 어머니다운 자비를 드러냅니다. 교회는 자신의 목적이 언제나 영혼들의 구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규범들은 공동체의 생활 방식을 시간의 흐름 안에서 규정하여야 하기에, 사회 변화와 하느님 백성의 새로운 요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마땅하며, 따라서 때로는 개정되고 상황 변화에 적응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빠른 사회 변화들 가운데에서, “오늘날 우리는 단순히 변화의 시대에 사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살고 있음”(교황청 부서에 한 주님 성탄 대축일 축하 연설, 2019.12.21.)을 잘 알기에, 전 세계에 있는 교회의 요구에 적절하게 응답하기 위해서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1983년 1월 25일 『교회법전』에서 공포하신 형벌 규율 또한 재검토할 필요성이 드러났고, 목자들이 이 형벌 규율 안에서 구원과 교정에 적합한 신속한 도구를 가짐으로써 더 심각한 악을 피하고 인간의 나약함에서 발생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목자의 사랑으로 이를 제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를 개정할 필요가 드러났습니다.
그러한 목적에서 2007년 존경하는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께서는 교황청 교회법평의회에 명하시어, 1983년 『교회법전』에 실린 형벌 규범들을 재검토하게 하셨습니다. 이러한 임무에 힘입어 교회법평의회는 면밀한 연구를 통하여 새로운 요구를 숙고하고, 현행 입법의 한계와 부족함을 밝히며, 단순명료하고 가능한 해결책을 명시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전문가들과 목자들의 도움도 받고, 다양한 지역 교회들의 문화와 요구를 제안된 해결책과 비교하면서, 합의체성과 협력의 정신으로 수행되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교회법전』 제6권의 첫 번째 초안이 작성되었고, 초안의 본문이 모든 주교회의와 교황청 부서들과 수도회 상급 장상들 그리고 교회법 학부들과 그 밖의 교회 기관들에 보내져 각자 자기의 소견서를 제출하게 하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다수의 교회법 학자들과 그 밖의 전 세계 형법 전문가들의 의견도 요청되었습니다. 이러한 첫 번째 자문에서 얻은 답변서들은 합당하게 정리된 후, 이 목적으로 설치된 전문가 위원회에 넘겨졌고, 해당 위원회는 첫 번째 초안을 답변서들에 비추어 재검토한 후, 다시 자문 위원들에게 심의하도록 보냈습니다. 마침내, 후속 수정과 논의를 거친 다음에 2020년 2월에 교회법평의회 위원들의 전체 회기에서 최종안이 심의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위원회가 지적한 수정이 추가된 뒤 교황에게 본문이 전달되었습니다.
형벌 규율의 준수는 하느님 백성 전체의 의무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대로, 형벌 규율이 올바로 적용되도록 돌볼 책임은 목자들과 개별 공동체의 장상들에게 있습니다. 진실로 이 직무는 목자들과 장상들에게 맡겨진 사목 임무와 결코 분리될 수가 없고, 교회와 그리스도교 공동체 그리고 혹시 피해자들이 있다면 그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구체적인 사랑의 요청으로 완수되어야 합니다. 범죄인에게도 교회의 자비와 교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대에는 교회 내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일과, 정황상 요구된다면 그때마다 형벌 규율을 사용하는 일 사이에 존재하는 긴밀한 관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많은 피해가 초래되었습니다. 경험이 가르쳐 주듯이, 이러한 사고방식은 관습의 규율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생활할 위험을 수반하고, 이를 구제할 방편으로 단순 권고나 설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종종 이러한 상황은 시간이 흐르면서 앞서 말한 행동 방식이 고질적인 것이 됨으로써 교정을 더 어렵게 만들고 신자들 사이에 많은 추문과 혼란을 일으킬 위험을 수반하곤 합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목자들과 장상들이 형벌을 부과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본인이 최근 문서에서, 예를 들어, 자의 교서들(「사랑이 넘치는 어머니」[As a Loving Mother], 2016.6.4.;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 2019.5.7.)에서 명시적으로 말한 바와 같이, 목자가 형벌 체계의 도움을 받는 일에 태만하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직무를 올바르고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참으로 사랑은 목자들이 형벌 체계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으면 그때마다, 교회 공동체에서 형벌 체계를 필요하게 만드는 세 가지 목적에 유의하면서, 그렇게 하도록 요청합니다. 세 가지 목적이란, 정의의 요구를 회복하고, 범죄인을 교정하며, 추문을 보상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본인이 밝힌 것처럼, 실제로 교회법적 형벌은 보상과 구원의 치료제라는 기능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신자 자신의 선익을 추구합니다. 따라서 교회법적 형벌은 “개인과 공동의 성화에 부름받은 신자들의 공동체에서 하느님 나라에 이루고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확실한 수단입니다”(교회법평의회 정기 회의 참석자들에게 한 연설, 2020.2.21.).
따라서 본 교황령에서 다루는 새 본문은, 세월이 흐르면서 공고해진 교회 전통에 따른 교회법 체계의 전반적인 맥락과 연속성을 보존하면서도 다양한 종류의 변화를 현행법에 도입하고 있으며, 특히 범죄로 인해 파괴된 정의와 질서가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여러 공동체에서 점점 더 증가하는 요구에 부응하여 새로운 형태의 범죄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특히 형법의 근본적인 문제들, 예를 들어 자기 방어권, 형사 소권과 형벌 집행 소권, 더 명확한 형벌의 확정과 같은 문제들에 관하여서는 본문이 더 정교하게 다듬어졌습니다. 더 명확한 형벌의 확정은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에 부응하고, 직권자들과 재판관들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떤 제재를 적용해야 더 적합한지를 정하는 때에 객관적인 규칙을 제공해 줍니다.
또한 수행된 개정 작업에서는 형벌의 적용이 권위자들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사안의 수를 축소하는 것이 일반 규칙이었습니다. 이로써 (형벌을 적용할 때) 특히 공동체에 더 막중한 손해와 추문을 일으킨 범죄의 경우에는, 법률상 지킬 것들을 지키면서(servatis de iure servandis) 교회의 일치를 증진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을 전제로 본인은 이 교황령을 통하여 『교회법전』제6권의 개정 본문을 정리되고 개정된 대로 공포하면서, 이 개정 본문이 영혼들의 선익을 위한 도구가 되기를, 그리고 목자들은 신자들의 선익이 요구하는 때에, 탁월한 중추덕인 정의에 따라 형벌을 부과할 의무가 자신들에게 있음을 알고서 필요할 때마다 이 규정들을 올바르고 자비롭게 실행에 옮기기를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은 여기에 실린 규정들을 모든 이가 온전히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교회법전』제6권의 개정 본문은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에 게재하여 공포하고 2021년 12월 8일부터 효력을 내며, 이후 『사도좌 관보』(Acta Apostolicae Sedis)에 수록하도록 규정합니다.
또한 이 새로운 제6권이 효력을 냄으로써 현행 1983년『교회법전』제6권이 폐지될 것을 규정합니다. 특별히 언급할 만한 것이라도 이에 반대되는 모든 것은 무효입니다.
로마 성 베드로 좌에서
교황 재위 제9년
2021년 5월 23일
성령 강림 대축일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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