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한 가족, 우리 공동의 집
우리 공동의 집을 치유할 수 있는 백신은 ‘사랑’입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노출된 가난한 이들
기후 변화로 인한 불평등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말미암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는 벼랑 끝까지 밀려난 가장 취약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어야 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전 세계적인 문제가 인류를 위협할 때 가난한 우리의 이웃들은 어떤 방패막이도 없이 그저 맨몸으로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맞닥뜨리고 있으며,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약 1억이 넘는 인구가 새로운 빈곤 계층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세계은행, 2020년 6월 「세계 경제 전망보고서」).
이상 기후로 가뭄이 길어지고 반복되는 아프리카에서는 코로나19로 농사를 짓지 못하여 심각한 식량난에 빠지고, 슈퍼 태풍이 강타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더욱 열악해진 주거 상태와 위생 환경으로 코로나19와 수인성 전염병의 위험에 노출되고, 국가간 분쟁으로 인한 국경 봉쇄와 난민들이 늘어난 중동 지역에서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생계 수단을 잃고 오로지 외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코로나19와 기후 변화 현상은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이미 취약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이웃들이 가장 큰 희생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인류는 한 가족, 우리 공동의 집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이러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으면서 모든 피조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인류는 진정한 한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코로나19로 생겨난 새로운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으로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으며, 서로 돕고 존중할 수 있는 새로운 형제애가 얼마나 필요한지 깨닫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면서 가난한 이들을 향하여 우리의 손을 뻗으라고 권고하십니다(프란치스코, 2020년 제4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 참조).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내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지키려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관심과 돌봄을 한 가족인 인류에게로, 우리 공동의 집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사랑은 교회 전체의 사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회칙 「사회적 관심」, 42항 참조).
한국 교회 신자들은 해마다 해외 원조 주일에 기도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성은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을 통하여 전 세계 가장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가장 소외되고 취약한 사람들의 대변인이 되어, 그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카리타스인들은 우리가 서로에게 의존하고 협력하고 봉사하는 방법만이 이 공동의 집을 보호하고 이 위기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신자 여러분께서 베풀어 주신 정성과 사랑은 가장 무방비 상태로 고통받는 이웃을 치유하고, 지구 반대편의 비참한 사람들의 삶을 일으키며, 인류 공동체가 한 가족이라는 기적과 희망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우리 공동의 집이며, 가난한 이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터전입니다. 우리 공동의 집에서 겪고 있는 지금의 위태롭고 고통스러운 위기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희망과 연대의 대유행을 만들어갑시다”(국제 카리타스 의장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2020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참조).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희망을 전하는 일에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청합시다.
새로운 빈곤에 맞설 사랑의 희망, 바로 그것은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 전 세계에 전하고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코린 5,14). 사랑은 우리 공동의 집을 치유할 수 있는 백신입니다. 그 사랑의 연대에 동참하여 세상의 고통받는 이웃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하여 함께 기도하며 사랑과 정성을 나누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1년 1월 31일 해외 원조 주일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이사장 정 신 철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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