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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장님과 헌법재판관님들께 드리는 한국 천주교 주교단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12-09 조회수 : 3200

헌법재판소장님과 헌법재판관님들께 드리는 한국 천주교 주교단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


   이 땅의 모든 생명은 존엄합니다. 법의 이름으로 인간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가톨릭교회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사형제를 생명권을 침해하는 비인간적 형벌로 규정하고 있고 유엔이 ‘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를 채택하고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사형폐지를 독려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습니다. 유럽 연합에 가입한 모든 국가들은 사형제도를 폐지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법률적으로 폐지했거나 우리나라처럼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폐지국가가 142개국에 이릅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를 넘어서서 법률적 폐지로 나가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사형제도가 강력범죄 억제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은 헌법재판관님들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도 존치와 사형집행 재개 주장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강력범죄를 막기 위해 우리 사회는 더욱 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형벌이 그 대안이 될 수는 결코 없습니다. 오히려 사형제도 폐지야말로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훌륭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대한민국이 인권 선진국의 큰 걸음을 내딛고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의 사형제도 폐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헌법재판소에서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사형제도 위헌 결정을 기다리며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무리 최악의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존엄성은 상실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고통받고 상처 입은 공동체를 다시 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거나 죽임을 당할 수는 없습니다. 사형은 모든 사람들의 생명권에 대한 심각한 모욕입니다. 인간 사회와 공동체는 공동선과 안전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범죄에 자주 직면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늘날에는 피해에 대해 속죄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 가해자에 대한 회개의 가능성도 포기되어서는 안 됩니다. 각국 지도자들이 자국 내에서 사형제의 전면적인 폐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합니다. 어떠한 생명도 죽이지 않고 모든 사회의 선을 얻을 수 있도록 각자의 존엄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19년 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사형폐지총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 중).


2020년 3월 18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천주교 대구대교구장)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

장봉훈 주교(천주교 청주교구장)

이기헌 주교(천주교 의정부교구장)

권혁주 주교(천주교 안동교구장)

김운회 주교(천주교 춘천교구장)

이용훈 주교(천주교 수원교구장)

유흥식 주교(천주교 대전교구장)

조규만 주교(천주교 원주교구장)

정신철 주교(천주교 인천교구장)

손삼석 주교(천주교 부산교구장)

유수일 주교(천주교 군종교구장)

배기현 주교(천주교 마산교구장)

김선태 주교(천주교 전주교구장)

문창우 주교(천주교 제주교구 부교구장)

김종수 주교(천주교 대전교구 보좌주교)

이성효 주교(천주교 수원교구 보좌주교)

옥현진 주교(천주교 광주대교구 보좌주교)

유경촌 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정순택 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손희송 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문희종 주교(천주교 수원교구 보좌주교)

장신호 주교(천주교 대구대교구 보좌주교)

구요비 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박현동 아빠스(덕원자치수도원구장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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