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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 대통령 축사]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개막 미사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11-30 조회수 : 3319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개막 미사

      (2020.11.29.12:00, 명동대성당)


[강 론]


“당신이 천주교인이오?”(1846년 8월 26일 옥중 서한)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오늘은 전례력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이자, 다시 오실 예수님을 깨어 기다리는 대림 첫 번째 주일입니다. 오늘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희년의 큰 기쁨을 맞는 매우 감격스러운 시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바로 내년 2021년이 우리나라 첫 번째 사제이시며 순교자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태어나신 지 200주년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21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오늘부터 내년 11월 27일(대림 제1주일 전날)까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정하였고, 오늘 그 개막과 함께 희년 선포식을 거행하게 됩니다. 이번 희년은 한국 천주교회의 귀중한 유산인 순교 영성, 곧 순교자들이 온 삶을 바쳐 지킨 신앙을 우리 삶과 행위의 중심에 놓고, 신앙이 주는 참 기쁨을 나누는 초대의 잔치입니다.


   희년을 보내면서 모든 교우들이 순교 영성을 본받아,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6)의 가치가 더욱 깊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우리 신앙 선조들은 차별이 엄격하던 신분 사회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평등사상을 실천함으로써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세우고 복음을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유네스코에서 성 김대건 신부님을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한 이유도, 김대건 신부님으로 대표되는 신앙 공동체가 복음과 신앙을 실천에 옮기면서 평등사상과 박애 정신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번 희년의 주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는 김대건 신부님께서 옥중 취조 때 받으셨던 물음인 동시에, 이 시대가 우리 신앙인 각자에게 던지는 가슴 뭉클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조금도 주저함 없이 대답하시며, 죽음의 두려움을 과감히 떨쳐 버리시고 하느님에 대한 놀라운 신앙을 고백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만이 우리 삶의 전부이며 그분에 대한 신앙만이 우리에게 영원한 행복을 보장한다는 확신에 찬 대답이었습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요한 복음사가가 전해 준 예수님의 말씀대로 순교를 기꺼이 받아들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우리도 이웃에게 “저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증거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하는 천주교인입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도록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우리를 다그치며 초대하십니다.


   또한 내년은 김대건 신부님과 한동갑이시며 함께 사제 수업을 받고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가 되신 하느님의 종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이기도 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사제품을 받으시고 13개월 만에 순교하셨으나, 최양업 신부님은 당시 조선 8도 중 경기, 충청, 전라, 경상, 강원 등 남부 5개 도에 산재되어 있는 127개 교우촌을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연중 7천리 길을 걸어서 사목하셨으며, 어느 한 해는 예비 교우들이 천 명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18,000명 교우들을 12년 2개월간 보살피시다가 탈진하여 고열에 시달리셨고, 14일 만에 마흔 나이에 병사하신 땀의 증거자이셨습니다. 내년 한 해는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을 위해서도 열성을 다해 기도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희년을 지내는 동안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마르 12,30) 하느님을 사랑하신 김대건 신부님의 영성을 우리 삶에 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증거하신 순교자들의 길을 우리도 그대로 따라가야 합니다. 물질적 풍요만을 통해 세상의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려는 온갖 유혹에 맞서 싸우며, 성 김대건 신부님처럼, 모든 것의 원천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자비와 사랑에 흠뻑 젖어 드는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 지구촌은 코로나19 전염병 확산, 생명경시 풍조와 죽음의 문화,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 경제적 양극화 등의 위기를 겪는 가운데, 교회 내적으로는 신앙의 나태함, 새로운 무신론과 기술만능주의 등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0년 6·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는 아직도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보여 주신 용기 있는 신앙 고백은 우리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잘 보여 줍니다.


    희년을 맞아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이 보여 주신 사제적 열정과 사목적 헌신을 깊이 묵상하며 신앙의 쇄신을 이루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땅의 모든 주님의 자녀들이 확고한 신앙 고백과 실천을 통하여 우리 이웃에게, 온 나라에, 온 세상에 희년의 기쁨이 넘쳐나도록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선행에 열중하며, 선교와 봉사의 일상화, 공동의 집인 지구환경 살리기, 생명문화 건설, 가난하고 소외된 이 돕기 등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구세주로 오시는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과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그리스도만을 믿고 고백한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을 본받아, 오늘 대림 시기 첫 주일을 맞아 시작하는 희년 내내 주님의 사랑과 평화를 전하고 실천하는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우리나라의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주교



[대통령 축사]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해 온 평신도 여러분, 염수정 추기경님과 이용훈 주교회의 의장님,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님, 주교님과 신부님, 수녀님, 수도자 여러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희년의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사제의 길을 걸으며, 모든 교우를 ‘벗’으로 포용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셨습니다. 1846년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는 물음에 신부님은 망설임 없이 신앙 고백을 하셨고, 순교를 통해 종교의 자유와 함께 평등사상과 인간의 존엄, 이웃사랑이라는 유산을 우리에게 깊이 남겨 주셨습니다.


   올해 코로나의 도전을 받으며 신부님의 유산은 크나큰 힘으로 실천되었습니다. 지난 2월, 전국의 모든 천주교 교구는 사순절 미사를 일제히 중단하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켰고, 기도와 나눔으로 지치고 힘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보듬어주었습니다. 신부님의 정신을 올곧게 실천해 온 한국 가톨릭교회의 실천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한해였습니다. 포용과  상생의 정신을 보여주신 천주교 교우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평신도를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시작되고 성장해 온 점에서 전 세계 천주교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보내주신 두 장의 친필 메시지에는 우리 국민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함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교황님의 기원대로 우리는 어려운 이웃들의 고통을 포용하면서, 분단의 아픔을 이겨내고 반드시 평화의 한반도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한 해 동안 한국 천주교회가 희년을 지냅니다. 천주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치유와 희망과 용기를 주길 기원합니다. 유네스코도 김대건 신부님을 ‘2021년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신부님의 삶과 정신을 세계인이 함께 기릴 수 있어  더욱 뜻깊습니다.


   다시 한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의 시작을 축하하며,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온 세상에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11월 29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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